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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저점 인식 확산에…'차이나런' 반사익도 겹쳐 '수직 낙하'

■7일새 103원↓…원·달러 환율 가파른 하락 4가지 이유

① 韓, 소규모 개방 경제…인플레 정점 부각에 급락 반전

② 실질실효환율 10년만에 저평가…李총재 '상투' 발언도

③ 시진핑 3기에 실망한 외국 자금, 韓 증시로 속속 유입

④ 외환스와프·연기금 환헤지 비율 확대 등 수급조치 약발





원·달러 환율이 15일 전날 대비 8원 30전(0.63%) 하락한 1317원 60전으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1316원 10전까지 빠졌다. 이달 4일만 해도 1419원 20전이었음을 감안하면 7거래일 만에 103원가량 떨어졌다.

주간 단위 환율 낙폭은 7.1%로 2008년 10월 마지막 주(-9.2%) 이후 14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로 찾아온 환율 1400원 시대가 이대로 일단락되고 경제가 다시 정상 궤도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외환 당국도 안심하기 이르다면서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가자 한숨 돌리는 눈치다. 한마디로 롤러코스터 장세다. 8일(현지 시간) 미국 중간선거 전부터 슬금슬금 빠지기 시작하던 원·달러 환율은 10일 나온 10월 미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7%대로 내려가자 기다렸다는 듯 수직 낙하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①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 경제…급등했으니 급락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먼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지나 1400원마저 순식간에 돌파했던 지난 3개월을 되돌아보면 원화 가치는 신흥국과 선진국을 통틀어 가장 크게 떨어졌다. 한은에 따르면 8월 말 대비 10월 11일 원화 가치는 6.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규모 감세안으로 금융문제가 불거진 영국 파운드화(-5.6%)나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화(-5.7%) 등 다른 통화보다 절하 폭이 컸다.

소규모 개방경제로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특징상 외풍에 취약한 측면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 만큼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시장의 상황이 달라졌으니 현 상태는 그간 적정 수준을 벗어날 정도로 과했던 쏠림 현상을 급하게 되감는 중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1300원에서 1400원으로 환율이 오를 때 가파르게 오르면서 매물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최근 달러 가치가 방향 전환을 모색하자 원화가 빠르게 반응하면서 툭툭 떨어지는 건 그만큼 해당 구간에 매물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② 이창용 총재 발언 등 원화 저점 인식 확산

원·달러 환율 수준 자체가 고점에 이르렀기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원화의 9월 실질실효환율(REER)은 97.19(2010년=100)로 2012년 9월(99.71) 이후 처음으로 100을 밑돌았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상대국과의 물가 변동과 교역량을 반영한 것으로 실질적인 자국 통화의 대외 구매력과 자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기준연도인 2010년의 기준점을 100으로 봤을 때 원화가 10년 만에 저평가 국면에 접어들자 고점 인식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환율이 달러당 1420~1430원 수준이던 지난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환율이 고점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당시 이 총재는 “환율이 지금 수준일 때 해외 위험자산에 계속 투자해 환율이 더 올라서 이익을 보는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환율이 1~2년 시계에 정상화됐을 때를 생각하지 않고 투자하면 상투를 잡을 가능성도 크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의 발언대로 9월 국제수지를 살펴보면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5억 달러 감소했는데 이는 2020년 3월 이후 30개월 만에 첫 감소다. 코로나19 이후 해외투자가 처음 꺾이면서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검사키트를 옮기는 중국 베이징 의료진. 연합뉴스


③ 탈중(脫中) 자금인가…외국인의 증시 순매수

미국만큼 원화 가치에 영향을 주는 건 중국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글로벌 위험 선호 심리가 돌아오고 한국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보면서 원화 가치가 올랐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이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8일로 단축한 것을 시장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봤다.

특히 최근 외국인의 증시 순매수도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공동부유 강조 등으로 실망한 외국 자금이 중국을 빠져나와 일부 국내로 들어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9월 29일부터 11월 11일까지 30거래일 동안 우리 증시에서 6조 3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과거 미중 갈등 국면에서도 중국에 투자했던 월가가 시진핑 3기 이후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며 “중국에서 나온 투자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한중 간 ‘탈동조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대중 경기 의존도를 감안할 때 중국의 방역 정책 완화나 중국 경기 관련 이슈는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요인”이라면서 “미중 관계 악화와 시진핑 집권 3기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의 중국 채권과 주식 매도 흐름이 강화됐던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자금 이동은 위안화와 원화의 디커플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④ 외환스와프·조선사 지원 등 수급 조치 총동원

당국은 그간 환율 급등에도 외환위기 등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해왔다. 다만 물밑에서는 수급 측면에서 각종 대책을 내놓았는데 그게 약발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먼저 한은은 9월 14년 만에 국민연금과 100억 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를 체결했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던 중 환헤지 없이 달러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환율이 오르자 이를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정부도 조선사 선물환 매도를 지원하기로 했다. 조선사에 대한 수출입은행 신용 한도를 확대해 선물환을 매도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연말까지 80억 달러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최근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연기금에 환헤지 비율을 확대하고 해외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안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 투자 전략 대수술까지 동원해 외환시장 안정을 꾀한 것으로 이런 전방위적 노력이 시장 상황 변화와 맞물려 효과를 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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