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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연구소도 6%만 '해외 브레인' 보유…그마저도 '겨우 1명뿐'

■기업연구소 '박사급 인력 수급' 비상

美 과학·공학 종사자 30%가 외국인…글로벌 인재 싹쓸이

韓 대기업도 보수·처우 높여 '인재 붙잡기' 안간힘 쓰지만

"외국인 연구원 韓 징검다리 여겨…美·유럽 이직 우선순위"


“국내 연구원들보다 많은 보수와 좋은 처우를 제시하며 힘들게 박사급 외국인 연구원을 데려왔지만 본국에 더 나은 자리가 생기자 반 년 만에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버렸습니다. 대기업이라도 해외 고급 인재 유치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습니다”





첨단산업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급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기업 경쟁력의 핵심인 기업연구소에는 박사급 해외 고급 인재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좋은 처우를 제공하는 대기업마저 해외 고급 인력 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연구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인력이 부족한 와중에 해외 인재 유치까지 막히면서 자칫 첨단 기술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국내 기업연구소 7만 7871곳을 대상으로 외국인 연구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박사 이상의 외국인 연구원을 1명 이상 보유한 기업은 단 490곳에 불과했다. 비율로 보면 0.6%로 기업연구소 100곳 중 99곳의 박사급 외국인 연구원이 0명이라는 뜻이다.

산기협 관계자는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고급 연구개발(R&D) 인재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향후 10년 내 국내 고급 과학 인력이 약 1만 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석·박사 연구 인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실은 외국인 인재 유치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이 57곳(6.2%), 중견기업 50곳(2.9%), 중소기업 383곳(0.5%)으로 나타났다. 중견·중소기업의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대기업 역시 총 914곳 중 857곳에 박사급 외국인 연구원이 1명도 없었다.

박사 이상 외국인 연구원 보유 현황을 봐도 외국인 연구원이 있는 대기업 57곳 중 31곳은 단 1명만 보유하고 있었다. 박사 이상 외국인 연구원을 보유한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겨우 1명만 유치한 것이다.

정보기술(IT) 업종 관련 대기업 관계자는 “외국인 고급 인력을 유치하는 데 있어 대기업은 보수와 처우 등에서 중소기업 대비 여력이 있지만 그들에게는 경력 차원에서 미국과 유럽 등이 우선순위라 조금만 좋은 조건이 나오면 바로 이직을 한다”며 “그들에게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 해도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일하기 위한 징검다리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범위를 석사 이상 외국인 연구 인력까지 확대해봐도 전체의 1.4%(1108곳)에 그쳤다. 대기업은 전체 기업연구소 중 10.9%를 보유했고 중소기업은 1.2%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한 지방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는 “학사급 국내 연구 인력들도 지방 중소기업에 오기를 꺼려하는데 외국인, 그것도 박사급 이상 고급 인재를 유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중소기업 연구소에 있는 박사급 외국인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접근성과 인재에 대한 정보 파악이 쉬운 같은 지역 대학 출신들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 박사 인력을 보유한 수도권 외 지방 기업 연구소 129개에는 총 168명의 외국인 박사 인력이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화학·생명공학 등의 전공자로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등에 재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3분의 1 이상은 지방 국립대 등 지방 대학 학위자다. 기업들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접촉을 자주할 수 있는 인근 대학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 재학 시절부터 관심을 가지고 공을 들여야만 겨우 유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한진 한국연구재단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은 과학·공학 분야 종사자의 30%가 외국 출생 연구자로 구성돼 있다”며 “특히 석·박사 등 학위가 높아질수록 외국 출생 연구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컴퓨터 등의 첨단 분야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등 국내 상황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고급 인재 유치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칫 국가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우수한 외국인 연구 인력의 성공적 확보와 활용은 기업의 기술 개발은 물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로 야기되는 인력 부족 등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공계 외국인 대학원생의 학위 취득 후 국내 과학기술 인력 편입마저 저조해지는 등 외국 고급 인력 확보가 더욱 힘들어지면서 기업 경쟁력은 물론 글로벌 국가들이 벌이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도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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