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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세환 동춘서커스 대표 "재미·예술성 갖춘 서커스…서민의 낙이죠"

◆97년史 '동춘서커스' 이끄는 박세환 대표

서영춘·백금녀 등 톱스타들 배출

국민 도움에 폐업 위기 넘기기도

인원 줄어도 공연 취소한적 없어

연 매출 20억…흑자 기조로 전환

中은 관광지마다 서커스단 존재

우리도 전용극장 등 대책 세워야

동춘서커스 곡예사가 대부도 상설 공연장에서 의자를 쌓아 올린 후 그 위에서 묘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책상 위에 의자를 올려 놓고 곡예사가 물구나무를 서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쌓이는 의자. 6~7m는 훌쩍 넘어 보인다. 아슬아슬한 모습에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지만 정작 곡예를 펼치는 이는 여유만만.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공연장을 둘러봤다. 부모 또는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온 아이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예상 외의 관객들도 있다.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이들, 중장년 부부가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요즘 세상에 노인과 아이들 말고 누가 서커스를 볼까 하는 편견이 여지없이 깨졌다.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상설 공연장에서 만난 국내 유일 서커스단 ‘동춘서커스’의 박세환(79) 대표에게 서커스가 아직도 살아 있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연령·성별·지역을 불문하고 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예술이 서커스”라며 “공연을 보겠다고 대구나 대전·원주 등에서 찾아오는 관객들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박세환 동춘서커스 대표가 대부도 상설 공연장에서 단원들의 공연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릴 적 가수와 배우가 꿈이었던 박 대표는 1963년 동춘서커스에 입단해 1987년부터 35년간 서커스단을 이끄는 대표직을 맡고 있다. 동춘서커스는 1925년 ‘동춘연예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후 97년간 공연을 하고 있다. 1960~70년대 대중문화를 이끈 주인공도 동춘이었다. 실제로 작곡가 이봉조, 코미디언 남철·남성남·서영춘, 배우 백금녀 등 당대 최고 연예인들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동춘서커스의 공연 시간은 대략 90분 정도. 일단 막이 오르면 마술사·곡예사·악사·가수·연극배우 등 30여 명이 등장해 마술과 서커스·연극·쇼 등을 펼친다. 단원들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체력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고 맡은 분야에 따라서는 발레·무용 등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에 곡예까지 하려면 대담성·예술성이 추가된다. 8~9세 때부터 연습을 하지만 공연에는 14세가 돼야 투입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서커스는 모든 분야를 집대성하는 종합 예술”이라며 “서민들이 재미와 예술성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분야도 바로 이것”이라고 덧붙였다.



100년 가까운 세월을 거치는 동안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3년에는 태풍 매미로 천막을 비롯한 모든 것이 날아갔다. 2009년에는 신종인플루엔자 사태로 6개월간 공연을 못한 적도 있었다. 사라지기 일보 직전 기적적으로 서커스단을 되살려준 이는 이름 없는 서민들이다. “그해 12월 24일 마지막 공연이라 생각하고 최고의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그런데 폭설이 내리더군요. 정말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멀리서 눈을 헤치고 줄지어 오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서커스단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온 것입니다. 보름간 1200석 전석이 다 매진됐죠. 재기의 기회가 다시 주어졌습니다.”

박세환 대표


박 대표가 서커스의 존속 이유로 관객과의 신뢰를 가장 먼저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동춘서커스는 사람이 적든 많든 공연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5~6명만 있어도 공연은 계속된다. 신뢰가 쌓이니 매출도 덩달아 뛰었다. 예전에는 항상 적자를 보였지만 요즘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매출액은 연 20억 원가량. 매달 1만 5000명 정도 공연장을 방문한 셈이다. 그는 “스타트업 강연을 나갈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확실한 상품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며 기다리라는 것”이라며 “동춘이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것도 오랜 기간 준비하고 관객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서커스 전용 극장과 시립 또는 도립 서커스단 설립이 바로 그것이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커스인에 대한 준인간문화재 지정과 상설 극장 설립을 담은 서커스 활성화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극장 설립을 위한 부지 모색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말만 있었을 뿐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박 대표는 “중국은 주요 관광지마다 서커스단이 없는 곳이 없다”며 “서커스에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전용 극장을 설립하고 지자체 전용 서커스단을 도입한다면 관광산업과 지역 상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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