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 논란으로 한국 팬들에게 미움을 받던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소속)가 국내에서 ‘뜻밖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에 적지 않은 공을 세우면서다.
누리꾼들은 호날두의 도움으로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면서 호날두가 한국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합성 사진을 올리거나 그의 주민등록증을 제작하는 등 비아냥 섞인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호날두가 대한민국 수비수를 자처했다며 한국 16강 진출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해 ‘국가유공자증’을 만드는가 하면, 한반도와 호날두의 합성어인 '한반두'라는 별명도 지어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우루과이와 첫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 가나에 2-3으로 졌던 한국은 이날 포르투갈을 꺾고 1승1무1패(승점 4, 4득점 4실점)를 기록해 조 2위로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16강 진출의 주역은 선제골을 터뜨린 김영권(울산)과 극장골의 주인공 황희찬(울버햄프턴)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지만, 호날두도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0-1로 지고 있던 전반 27분 이강인(마요르카)의 코너킥이 호날두의 등에 맞았고, 마침 문전에 있던 김영권이 넘어지면서 날린 왼발 발리슛이 포르투갈 골문을 열었다.
전반 42분에는 비티냐(파리 생제르맹)의 중거리 슛을 김승규가 쳐낸 것이 마침 호날두 앞으로 흘러나왔고, 호날두는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슈팅은 골대와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이는 마치 호날두가 한국 대표팀의 수비수가 된듯 다급히 위험지역에서 공을 걷어내는 모습과 유사했다.
사실상 전반에만 호날두 덕에 벤투호가 두 골을 번 셈이었다. 호날두의 ‘등 어시스트’가 없었다면 한국의 첫 골도 나오기 힘들었고, 완벽한 기회였던 다이빙 헤딩슛의 실패는 세계적 축구선수 호날두에게 ‘굴욕’이었다.
2019년 서울에서 열린 K리그 선발팀과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당시 유벤투스 소속으로 방한한 호날두는 벤치에 앉은 채 경기에 1분도 출전하지 않아 큰 실망감을 안겼다. 게다가 유벤투스 선수단은 킥오프 예정 시각을 넘겨 경기장에 도착해 경기가 1시간 가까이 지연됐고 ‘호날두 팬 미팅 노쇼’까지 발생하자 국내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에 ‘날강도’와 ‘호날두’를 합친 신조어 ‘날강두’가 등장할 정도로 여론은 악화했고, 이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팬과 재회한 호날두가 이같은 ‘활약’으로 한국의 16강을 돕는 얄궂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재빨리 움직였다. 한반도와 호날두를 합친 ‘한반두’라는 신조어를 만드는가 하면 우리나라 주민등록증에 호날두 이름을 새긴 합성사진까지 내놓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양면적인 감정을 전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조규성이 교체되는 호날두에게 빨리 그라운드에서 나가라고 재촉하자 호날두는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조규성은 경기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호날두는 날강두”라고 진심 섞인 농담을 꺼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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