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를 이끈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사퇴했다. 항우연 발사체개발사업본부 인력이 줄어드는 등 조직개편에 이뤄진 데 대한 항의의 뜻으로 읽힌다.
15일 항우연에 따르면 고 본부장은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고 본부장은 사퇴서에서 “조직개편으로 발사체개발사업본부 연구개발 조직이 사실상 해체됐다”며 “누리호 3차 발사와 산업체로의 기술이전 등 산적한 국가적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항우연은 지난 12일 조직개편을 통해 차세대발사체사업단과 발사체연구소 등을 신설했다. 최환석 부원장을 이날 발사체연구소장에 임명하는 등 인사도 단행했다. 항우연은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이 내년부터 고도화 사업으로 전환되는 만큼 차세대발사체와 미래선도형 발사체 분야 종합연구소로 바꾸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으로 누리호를 개발한 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과기정통부와 계약 기한인 내년 6월까지 존속한 뒤 해산하게 됐다. 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포함한 여러 조직이 발사체연구소로 통합되며 고 본부장이 이끌던 250여 명의 인력은 분산배치됐다고 한다. 고 본부장은 사퇴서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조직개편으로 본부장 한 명과 사무국 행정요원 5명만 남게 됐다”며 “기존 본부, 부, 팀 체계에서 부와 팀을 폐지하고 본부만 남겨,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렸다”고 했다. 또 “이는 과기정통부 지침에 규정된 연구개발조직 추진체계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체계로는 누리호 3차 발사, 산업체 기술 이전 등 산적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나로호 발사가 실패하자 발사체개발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항우연에서 분리돼 정부가 직접 관할해왔다. 이에 항우연과 발사체개발사업본부 간 인사권을 비롯한 갈등이 불겨졌다고 한다. 이번 고 본부장 사퇴도 오랜 기간 지속된 항우연과 발사체개발사업본부 간 충돌의 연장선이다. 과기정통부는 고 본부장 사퇴서 제출 후인 지난 14일 이상률 항우연 원장과 함께 양측 주장을 들어보는 등 조율에 나섰지만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 본부장은 누리호 발사 이후 이뤄진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인력과 예산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항우연 연구진 처우에 관해 "대우가 그렇게 좋다고는 말 못 할 것 같다"며 "채용 모집 공고를 올리면 생각보다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예산에 관해서도 "예산이 사업마다 덩어리져 나오다 보니 사업 사이에 연구가 끊어지기 일쑤"라며 "핵심 기술을 고도화하려 해도 특정 기술 자체에 대한 예산 지원이 안 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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