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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불황에 불꺼진 공장.. 국내 전력사용량 줄었다

두달연속 전력사용량 감소

공장가동률↓재고율↑ 영향

전기요금 내년 50%↑ 전망

경기침체 본격화 우려 커져





올 11월 전력 직거래 시장을 제외한 국내 전력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직전인 10월에 이어 두 달째 마이너스입니다. 전력거래량이 2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코로나19로 제조업 전반의 가동률이 낮아졌던 2020년 10~11월 이후 2년 만입니다.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올 4분기부터 전력거래량도 줄면서 본격적인 침체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17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거래량은 4만 3077GWh로 지난해 11월의 4만 3856GWh 대비 감소했습니다. 올 10월 전력거래량(4만 2097GWh)도 19개월 만에 전년 동기(4만 2780GWh) 대비 축소된 바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하면 전력사용량은 0.42% 늘어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최대 전력사용량이 연평균 1.5%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습니다. 전력사용량 감소가 GDP 하락의 징조로 해석될 수 있는 셈입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사용량은 경기 판단 시 일종의 선제 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 징후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국내 전체 전력 사용분의 55%는 산업용이라는 점에서 제조업 전반에 먹구름이 끼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은 대표적 전력 다소비 산업인만큼 이들 산업군의 불황은 전력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5개 대표 기업은 연간 18.41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9.21TWh), 현대제철(7.04TWh), 삼성디스플레이(6.78TWh), LG디스플레이(6.23TWh)순입니다.

이 중 막대한 고정 투자비 때문에 공장 가동률을 낮추기 쉽지 않은 반도체 업계는 일부 제품 감산을 계획 중입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규모를 올해의 절반 수준이 10조원 미만으로 계획 중이며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6% 줄어드는 등 반도체 경기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 또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용 패널을 비롯해 일부 제품 감산을 계획 중입니다. 지난달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6% 줄었습니다.

거시 지표는 명확히 경기 불황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을 비롯한 10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5% 줄었습니다. 올 7월부터 넉달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안좋습니다. 10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 대비 2.7%포인트 감소한 72.4%에 그쳤습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됐던 2020년 8월의 70.4%이후 2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평균 가동률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품 출하량에서 재고가 차지하는 비율인 ‘제조업 재고율’이 지난해 10월 117.2%에서 올 10월 122.1%로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만들어도 판매할 곳이 마땅치 않아 창고에 쌓아둔 제품이 늘고 있으니 공장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은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1% 줄었습니다. 월간 수출은 올 10월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11월에도 감소 폭이 14.0%에 달해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기업들은 앞다퉈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3.7% 가량 감소할 것이라 전망 중입니다. 이 같은 설비투자 감축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집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설비투자가 올해 3.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한국은행 또한 내년 설비투자가 3.1%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곳곳에서 제기되는 데다 수출 또한 줄고 있어 국내 기업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태풍으로 피해를 입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포스코의 사례 등이 복합적으로 전력사용량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전기요금 인상 추이는 제조업의 어려움을 한층 가중시킵니다. 정부는 올 10월부터 전력량 요금(1kWh당 2.5원)과 실적연료비 인상분(1kWh당 4.9원)을 포함해 1kWh당 총 7.4원의 전기요금을 인상했으며 대규모 전력사용사업자 대상의 요금은 추가로 인상했습니다. 전기요금 인상이 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여 일부 공장의 가동률에 영향을 미쳤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기요금 이슈로 내년도 제조업 가동률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한국전력의 막대한 부채를 감안하면 내년 초 50~60% 수준의 가파른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한전채 발행한도를 현행 대비 최대 3배까지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며 한전의 전력구매대급 조달 창구가 사실상 막힌 상황입니다. 정치권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한전법 개정안을 재발의해 연내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여야 간 극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어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힘듭니다. 한전채 발행이 아닌 은행 등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 또한 시중의 자금경색 현상에 발목이 잡히며, 한전의 파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기요금을 빠르게 높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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