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연구팀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전자피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전자피부는 인체의 움직임을 인식해 이용자가 키보드 없이 타자를 치는 손동작만으로 메타버스 안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식의 활용이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성호 KAIST 교수, 고승환 서울대 교수, 저난 바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지능형 전자피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이날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피부는 금(金)으로 도금된 그물망이 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단위로 촘촘히 짜인 ‘전도성 그물 망사’ 구조를 가졌다. 사람 피부처럼 잘 늘어나고 휘어지면서도 전기가 잘 통한다. 전자피부를 사람 피부 위에 인쇄하듯 부착하면 전자피부에 포함된 센서가 근육의 움직임을 측정하고 이를 전기신호로 바꿔 무선으로 전송한다.
연구팀은 다양한 전기신호에 대응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AI에 학습시켰다. AI가 사람의 움직임을 보고 그 의도를 파악한 후 메타버스 공간에서 그것을 구현해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실제로 손가락·손등·손목에 전자피부를 붙인 피실험자가 키보드 없이 타자를 치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AI는 손가락이 누른 ‘가상 키보드’의 위치들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후 피실험자의 의도에 맞게 글자를 출력했다. 피실험자는 이를 통해 ‘정직만큼 풍요로운 유산은 없다(No legacy is so rich as honesty)’는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쓰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또 물체를 문지르는 동작만으로 그 모양을 본떠 메타버스에 재연해냈다.
연구팀은 이뿐만 아니라 원격 수술, 장애인 보조, 로봇 등 원격이나 가상의 조작이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에 AI 전자피부를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 교수는 “메타버스 구현을 위해서는 인간과 기계가 상호작용하는 웨어러블 기술이 중요하지만 현존하는 웨어러블 장비는 크기가 크고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이번 연구는 전자피부와 AI 기술을 결합한 첫 사례로 메타버스·증강현실(AR)·가상현실(VR)·원격의료·로봇공학 등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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