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자사 대형택시 브랜드 ‘카카오 T 벤티’의 기사 대상 수수료 할인 프로모션을 일부 종료했다. 기사 유입이 많아지면서 타다·아이엠 등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T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내세워 대형 택시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8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 벤티 기사 대상 수수료를 지난해 5%에서 올해 즉시콜 5%, 예약콜 10%로 변경했다. 지난해 4월 프로모션 차원에서 10%에서 5%로 수수료를 인하한 지 8개월만에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당시 타다(타다 넥스트), 진모빌리티(아이엠) 등 경쟁사들이 급부상하자 이례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했다. 두 회사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형택시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기사들 대상으로 정규직 고용, 대출 지원 등의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했다. 특히 타다는 넥스트 1기 드라이버들한테 총 4100만 원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기사들의 눈길은 다시 벤티 쪽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중형택시·타사 대형택시에서 카카오벤티로 전환을 신청해 인가받은 사례는 지난해 10~12월 통틀어 150건으로 타다(37건)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절대적인 대수 자체도 벤티가 9월 기준 운행 대수 1000대, 계약 대수 2000대로 가장 많다. 업계에선 현 시점 기준으로는 서울에서 운행하는 대수만 1100여대에 달한다는 추산도 나온다.
반면 타다는 계약 대수 1200대, 운영 대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수백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법인택시만으로 운영해 개인택시 위주인 벤티·타다보다 비교적 기사 확보가 쉬운 아이엠도 지난해 말 기준 운행 대수는 1000대, 기사 1300명 수준이다.
기사들이 벤티를 선호하는 건 결국 플랫폼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 T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234만 명으로 타다·아이엠(각 11만명)의 100배에 달한다. 타다 넥스트에서 최근 카카오 벤티로 이적한 한 기사는 “확실히 이전 대비 콜이 압도적으로 많아 매출을 올리기 좋다는 게 장점”이라며 “많게는 한 달 1300만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다만 타다, 아이엠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빠르게 추격 중이다. 타다는 최근 새로운 법인인수사를 설립하고 중랑구 소재 한 택시법인이 가지고 있던 면허 90개 가량을 양수했다. 아이엠택시도 올해 상반기 내 5곳 이상의 택시법인을 인수하고 차량 2000대를 증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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