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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피해' 튀르키예 분위기 침통…韓기업, 재건 협조할 수 있을 것"

[외교가 사람들] ③이우성 주이스탄불 총영사

최근 지진 피해 지역인 하타이주 안타키아 방문

이 총영사, 24톤 트럭에 생수 3000리터 실어가

대규모 재건사업 등에 한국기업 참여·협조 기대


“강진으로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재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많이 협조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최근 튀르키예 내 지진 피해 지역인 하타이주 안타키아를 방문한 이우성 주이스탄불 총영사가 이같이 말했다. 이 총영사는 17일 서울경제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미 유수의 국내 건설기업들이 튀르키예 내 도로, 철도, 교통 등 인프라 개선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튀르키예 당국은 앞으로 1년 이내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시설은 세워 놓겠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굉장히 빨리빨리 (재건 작업을 진행)할테니 대규모 사업에는 외국기업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많이 협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우성(첫줄 왼쪽 첫번째) 주이스탄불 총영사가 지난해 12월 22일 부임한 직후 튀르키예 코자엘리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생산 공장을 방문해 둘러보는 모습. 주이스탄불 총영사관




관할지역 진출 韓기업 70여곳...수주 등 적극 지원=총영사관에 따르면 튀르키예에는 총 188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 총영사가 관할하는 서북부 마르마라 지역 11개 주에는 현대와 포스코, 삼성전자 등 70여 개 한국 기업이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LG전자와 LS일렉트릭 등 다수 판매 법인도 활동 중이다. 이 총영사는 “‘경제를 살리는 외교’는 올해 외교부 업무의 주요 목표 중 하나”라면서 “총영사관에서 (튀르키예 재건사업 참여를 비롯해) 우리 기업인의 현지 진출·수주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총영사는 지난해 12월 부임하자마자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두 기업의 협력업체 등 20여 개의 우리 생산 법인이 진출해 있는 코자엘리 주를 방문해 기업 활동 현황 및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다. 이 총영사는 “이 기업들이 고용한 현지인 인원만 2만 명 가까이 된다”며 “가족까지 생각하면 한국 기업이 10만 명 정도는 먹여 살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총영사는 또 관할 지역에 한국 기업이 다수 진출해있다보니 주지사 등 정부 인사들과 접촉하기가 수월하다며 “전임 총영사 경우 우리 기업과 같이 주지사를 만나 기업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주정부에 직접 얘기하도록 하는 창구를 만들어 민원을 해소한 적이 있다. 저도 우리 기업이 활동하는 지역은 그런 식으로 창구를 만들어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나가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우성(오른쪽) 주이스탄불 총영사가 6일(현지 시간) 강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역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주이스탄불 총영사관


◇국내 구호품, 이스탄불 거쳐 피해지역 전달=주이스탄불 총영사관은 튀르키예 지진 발생 초기 단계부터 국내 구호물품을 피해 지역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이 총영사는 “이스탄불은 튀르키예 내 최대 공항이 있어 국제 물류가 집결하는 지역”이라며 “튀르키예 세관 및 재난위기관리청(AFAD) 등에 협조를 요청해 복잡한 통관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국내 구호물품을 피해 지역에 신속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직원들이 직접 세관에 뛰어가 수속이 빨리 진행되도록 지키고 서있었을 정도”라면서 “튀르키예 당국과 항공사가 구호물품을 신속히 통과시켜주려고 많이 지원해줬다”고 덧붙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총영사는 현장에 식수 등 생필품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생수 3000리터를 24톤 트럭에 실어와 전달했다고 한다. 피해 현장을 직접 눈으로 이 총영사는 “당시에도, 지금도 현지 분위기가 굉장히 침통하다”고 전했다.

총영사관은 현지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되고 나면 방재당국에 요청해 한인회 등과 함께 지진 발생 시 대피 요령 등 현장 참관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총영사는 “튀르키예 내 많은 전문가가 이스탄불에서도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이스탄불 시민도 우려하고 있고 이번 지진 직후에 이스탄불 시청에 건물 안전성 여부 검사를 요청하는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총영사는 “우리 총영사관은 이스탄불에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있음을 감안해 매년 지진 대피 도상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한인회 등 유관기관 함께 현지 방재 당국의 협조를 얻어 지진 발생 시 대피 요령 등 현장 참관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명민호 작가가 이달 10일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작품. 왼쪽은 6·25 전쟁 당시 참전한 튀르키예 군인이 한국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 오른쪽은 최근 튀르키예 현지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대원이 현지 소녀에게 물을 먹이는 모습. 명민호 작가 인스타그램 캡쳐


6·25 전쟁고아 보살핀 건 美제외 튀르키예 유일=본부 및 재외공관에서 주로 러시아 업무를 많이 해온 이 총영사는 튀르키예 근무는 처음이다. 다만 이 총영사는 과거 주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서 근무하며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 대한 이해를 쌓아 적응하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고 한다.

이 총영사는 한국에 ‘형제국가’로 알려진 튀르키예에 대해서는 “한국전쟁 당시 16개 참전국 중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국가”라면서 “참전용사들은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경제 강국으로 발전한 한국을 자신 조국의 일처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는 당시 2만 1212명의 병력을 한국에 보냈다. 이 총영사는 또 “당시 튀르키예 군인들은 금양장리 및 군우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후방에서는 한국 전쟁 고아들을 위해 앙카라 학교를 설립하고 자신들의 월급을 십시일반 모아서 아이들 따뜻하게 보살폈다”고 소개했다.

특히 당시 군인 월급이 5달러 정도에 불과했는데, 이 중 일부를 십시일반으로 모아 전쟁 고아를 보살핀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고 튀르키예가 유일했다고도 이 총영사는 강조했다. 한국전 당시 튀르키예군과 전쟁 고아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아일라’는 2017년 10월 튀르키예에서 개봉해 400만 명 이상이 관람하는 등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총영사는 또한 국내 명민호 작가가 6·25전쟁 당시 참전한 튀르키예 군인이 한국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과 최근 튀르키예 현지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대원이 현지 소녀에게 물을 먹이는 모습을 그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한 것을 언급하고 “현지 언론이 크게 보도했다. 튀르키예 입장에서는 6·25 전쟁 당시 도움을 줬던 한국이 자국에 KDRT를 파견해 자신들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우성 주이스탄불 총영사가 현지 공관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주이스탄불 총영사관


첫 근무지 키이우 30여 년만 재방문...내내 공습경보”=외교부에 입부한 지 올해로 만 32년이 된 이 총영사는 지난해 8월까지 본부 해외안전관리기획관을 지내며 첫 근무지였던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재차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주우크라이나 대사관 대사와 직원들도 키이우를 떠났지만, 두 달여 만인 5월 1일 키이우에 복귀하면서 이들과 교민 안전 상황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이 총영사는 “당시 대사관이 임시사무소를 차렸던 르비우와 체르니우치에 우리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었다”면서 “인원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두 지역 모두 살펴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국경마다 물류와 사람들 이동이 너무 많아서 정체가 심했었다”며 “도착하는 순간부터 공습 경보 사이렌이 계속 울렸다. 이렇게 사이렌이 울릴 때는 대피소로 가거나 해야 하는데 저희는 대피소로 들어가면 또 나오기가 힘드니까 안전한 장소에 있다가 계속 바로바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호텔 안에 있을 때도 사이렌이 계속 울렸는데 당시 직접적으로 폭격을 당하는 등 위협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다시 찾은 게 27년 만”이라며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들,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 웃음을 잃은 국민을 봤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 총영사는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 제 마음속의 고향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폐허에서 기적을 이뤄낼 수 있도록 재건 과정에서 한국의 경험과 기술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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