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이후 부진했던 미국 변동성지수(VIX)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들어 두 자릿수의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강화를 예고한 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까지 겹치자 투자자들의 긴장도가 크게 높아진 때문이다.
13일 코스콤 ETF 체크(CHECK)에 따르면 ‘2X 롱 VIX 퓨처스(UVIX)’는 SVB가 파산한 10일(현지 시간) 23.11달러에 마감해 미국 상장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21.19%)을 거뒀다. 이 상품은 VIX 선물지수를 2배 추종한다. 지난 8일 종가는 15.80달러에 불과했지만 SVB가 유가증권을 헐값에 매각했다고 처음 공개한 후 이틀 만에 46% 치솟았다. 다만 연초 이후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은 -34.81%로 부진하다. VIX가 지난해 12월 25까지 급등했다 1월 22선, 2월 19선까지 지속 하락한 탓이다.
역시 VIX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VIX 단기선물(UVXY)’와 ‘프로셰어즈 VIX 단기선물(VIXY)’도 10일 하루 각각 11.41%, 10.51% 올라 S&P500지수의 수익률(-1.45%)을 크게 앞질렀다.
해당 상품들은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돼 있는 VIX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VIX는 지난 8일까지 19선에 머물렀으나 SVB가 10일 파산 절차에 돌입하자 곧장 24.80까지 급등했다. VIX는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린다. 통상 20 미만이면 시장이 안정적인 것으로, 그 이상이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해석한다.
VIX가 급등한 것은 추가 긴축 전망이 우세해진 가운데 SVB 파산까지 겹치며 시장의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7일 “최종 금리가 이전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긴축 강화를 시사했다. SVB는 10일 420억 달러(약 55조6000억 원) 규모의 뱅크런을 견디지 못하고 36시간만에 초고속으로 파산했다. 미국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의 2008년 파산 이후 미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은행 파산이다.
월가는 VIX가 한동안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VIX가 몇개월 내에 40에 달할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리는데 이는 2020년 이후 한 번도 뚫린 적 없는 지수 수준”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VIX가 최악의 경우 75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VIX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종목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변동성 확대 우려로 시가총액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성격의 기업에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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