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흡연자들에게 '식후땡(식사 후 흡연을 의미하는 속어)'은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다. 식사 후 담배가 유독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담배 속 페릴라르틴 성분이 식후에 많이 분비되는 침에 녹아 단맛을 내는데 특히 입 안에 기름기가 남아있는 경우 담배의 단맛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단맛을 내는 페릴라트린은 독성물질로 체내 많이 흡수될수록 해롭다. 흡연이 건강에는 백해무익하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폐암 등 호흡기질환 뿐 아니라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용제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용제 교수 연구팀은 2001~2014년까지 40~69세의 한국 남성 3151명을 대상으로 흡연량과 대사증후군 발병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에서 대사증후군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하루 흡연량과 평생 흡연량에 비례해 위험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과 고혈압·고혈당·이상지질혈증이 한꺼번에 존재하는 상태다.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잠재적 질병'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하루 흡연량을 하루에 피우는 담배 개비 수로 정의하고 여기에 총 흡연 년수를 곱한 갑년으로 평생 흡연량을 계산했다. 분석에 따르면 하루 0~9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대사증후군 위험이 1.5배 증가했다. 10~19개비는 1.66배, 20개비 이상은 1.75배까지 올랐다. 평생 누적 흡연량인 갑년 기준으로는 비흡연자와 흡연자 간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20갑년 미만 흡연자는 대사증후군 위험도가 1.63배, 20갑년 이상인 경우 1.6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1갑씩 20년간 매일 흡연할 경우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약 1.7배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흡연이 직·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을 유발해 대사증후군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용제 교수는 “흡연이 흔히 알려진 것처럼 폐와 심혈관질환, 각종 암의 위험인자일 뿐 아니라 대사증후군의 발병 위험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과거 흡연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금연을 하게 되면 발병 위험률이 비흡연자와 유사한 수준까지 감소하므로 금연을 강력히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임상내분비학회 저널인 '엔도크라인 프랙티스(Endocrine Practice)'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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