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는 피의자 이경우(35)가 3년 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던 당시 동업관계가 불안하고 자금난을 겪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20년 이 씨는 헬스장을 운영하다 회원들의 환불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채 코로나를 핑계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 씨가 대표이사로 등록돼 있던 A헬스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4월 1일 갑작스레 폐업을 공지했다. 환불을 받지 못했던 회원들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헬스장이 입주해 있던 건물 관리인은 “2020년 당시 영업이 불안불안하고 동업관계가 잘 정리되지 않았던 데다 자금난이 있는 상황이었다”며 “관리실 쪽에서도 이런 상황을 더 봐줄 수 없다고 생각해 명도소송을 했고 관리실 측이 이겨서 이경우 씨가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갔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때 마침 코로나가 터져서 자연스럽게 본인이 나가게 됐으며 계약관계는 깔끔하게 정리됐다”며 “회원권을 환불받지 못한 회원들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환불은 헬스장 측의 책임이라 관리실 측에서 손쓸 방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당경찰서에서 사기죄 혐의로 회원들이 고소해 조사 목적으로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분당경찰서 측은 사건이 오래돼 조회가 힘들다고 밝혔다.
헬스장 인근 상인은 “이경우의 사진을 보니 당시 헬스장을 운영했던 사람인지 바로 알아보겠다”면서 “아버지가 인테리어를 해줬다고 들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A헬스장은 주식회사로 등록해 2015년 4월 설립됐다. 2017년 11월부터 이 씨는 대표이사로, 이 씨의 아내는 사내이사로 등록돼 있었다. 애초 이 씨와 동업자 관계에 있던 다른 두 명이 각각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등록돼 있었으나 2017년 대표이사가 이 씨로 변경됐다. 이 씨의 헬스장은 300평 가량의 부지를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전날 이 씨가 범행 전까지 사무장으로 일하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다만 법률사무소 측은 이 씨가 근로계약서를 쓴 정식 직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앞서 이 씨의 자택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범행 차량에서 나온 주사기와 마취제 성분의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이 씨의 아내가 근무하는 곳으로 알려진 강남구 논현동의 한 성형외과와 이 씨 부모 자택 등도 압수수색했다.
이 씨는 이번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피의자 황대한(35)과 연지호(29)가 “범행의 대가로 이 씨의 윗선으로부터 돈이 흘러나온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서다. 이 씨는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 씨는 2021년부터 범행의 ‘윗선’으로 지목된 유 모 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일자리를 알아봐준 것도 유 씨 부부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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