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전쟁과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신냉전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군의 기존 통신·감시정찰 자산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군이 기업과 함께 저궤도(지상 200~2000km) 위성 통신과 초소형 감시정찰 위성 역량 강화에 힘을 모아야 합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한국국방우주학회·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와 함께 부산 그린나래호텔에서 공동주최한 ‘2023년 한국국방우주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위성 통신·감시정찰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국방우주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현재도 통신·감시정찰 능력이 세계 최고이지만 2026년까지 1000개 이상의 소형(100~400kg) 군집위성을 저궤도에 띄우는 블랙잭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초음속기의 탐지·추적, 적의 공격 행위 교란, 위치와 내비게이션, 타이밍 관련 데이터 제공 등의 임무를 위해서다.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도 통신과 감시정찰 위성 등 국방우주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군에서 통신위성의 경우 아나시스1(무궁화 위성5호)을 KT Sat과 같이 운용하고 아나시스2만 독자운용하는 등 태부족이다. 군이 북한의 군사 영상·신호 정보 탐지를 위해 RF-16 ‘새매’와 ‘금강·백두정찰기’ ,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를 운용 중이나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군은 2025년까지 1조2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고성능 영상레이더(SAR) 위성과 광학·적외선(EO/IR) 위성 총 5기를 개발하는 425사업도 진행하고 있으나 위성의 한반도 상공 정찰 주기가 2시간이 되는 문제가 있다. 앞서 425사업은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며 사업이 수 년 간 지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군에서 감시정찰 위성이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주기를 30분으로 단축하기 위한 초소형 위성사업에 올해부터 착수하나 수 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선 군 위성 통신과 관련, 장경일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대령은 “우크라이나전에서 스페이스X 스타링크로 위성통신을 하는 것을 보면 꿈만 같다”며 “현재 정지궤도인 아나시스 위성 1·2를 운용 중으로 다음 위성을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송세찬 육군본부 정책실 우주과학기술정책과 중령은 “육군은 수십 개 여단의 초연결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올해 아미타이거(AI와 드론봇 등 미래형 전투시범부대) 1개 여단에 상용 저궤도통신위성을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나아가 2027년까지 아미타이거 수개 여단으로 확대하고, 2020년대 후반~2030년대 초에는 전 여단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상설 국방과학연구소(ADD) 팀장은 “저궤도 통신위성군은 성능이 뛰어나고 고장과 장애가 발생해도 피해가 적고 회복력이 우수해 국방에 적합하다”며 “다만 보안과 관련된 기존 규정과 지침을 뉴 스페이스 시대의 저가형 다수위성군 배치 시대에 맞게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군은 감시정찰 우주전력 조기 확보와 우주통신 능력 배양 등을 골자로 한 ‘국방혁신4.0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방위사업청도 지난달 제1차 신속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상용 저궤도위성기반 통신체계’를 꼽았다. 최영수 육군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중령은 “(오지에서도 통신·인터넷의 사각지대를 없앤) 스타링크나 원웹의 저궤도 군집 통신위성을 활용하는 군 통신체계 구축사업을 신속 연구개발사업으로 단기간에 개발해 군에 시범적용할 예정”이라며 “탄도탄감시레이다의 탐지능력 향상 등도 연내 착수해 내년에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웹 투자사인 한화시스템의 권태훈 우주사업팀 부장은 “지상 전술통신망(TICN)과 연동해 다층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미래 군에서는 정지궤도 위성통신, 상용 저궤도 위성통신, 한국군 독자 저궤도 위성통신 체계가 상호 보완적인 형태로 운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협동 지휘통제, 감시정찰, 정밀타격 등 교전능력 함양을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원웹은 최근 618기의 위성을 발사해 유럽·북미 서비스에 이어 조만간 한화시스템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사업자 등을 신청할 방침이다. 국내 서비스 개시 목표는 7월로 잡고 있다. 이미 기간통신사업자 심사를 받고 있는 스페이스X는 소형 위성 3500여 개를 저궤도에 띄운데 이어 궁극적으로 2만기 이상 쏘아올릴 방침이다.
최경일 KT SAT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앞으로 정지궤도(GEO)와 비정지궤도(NGSO) 위성망이 지상망과 함께 KT sat의 하이브리드 솔루션을 활용하면 통신 품질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며 “군에서도 마이크로 에지 클라우드 서비스로 현장의 정보를 바로 처리하게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대용량의 데이터를 중심국으로 보내 처리하지 않아도 돼 빠르고 효율적인 통신망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KT sat은 5개 정지궤도 무궁화위성을 운용하며 위성 통신 서비스를 한다. 2026년 말에는 32개 중궤도 위성통신을 활용해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우주데이터, 에지 클라우드를 접목한 육·해·공 통신 서비스에 나설 방침이다. 최 CTO는 “한국은 모든 우주 회사가 힘을 합쳐도 글로벌 우주회사와 경쟁하기 벅찬 현실인데 합심해 군이 원하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수출에도 도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국방부가 올해 시작해 2020년대 중반까지 66kg의 초소형 정찰위성 32기를 개발, 발사하기로 한 초소형 위성사업에 대해 군과 산학연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사업은 위성에 sAR를 탑재해 최대 1m의 해상도를 구현하는 것이다. SAR는 목표물에 레이더 전파를 쏘아 되돌아오면 이를 영상으로 변환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황용철 ADD 수석연구원은 “이 사업이 완성되면 국방 우주력 강화와 해양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래 우주무기 체계 개발을 위해 우주용 로봇팔, 양자 암호통신, 단일 스테이지 궤도 우주선, 우주 에너지, 고에너지 레이저 등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충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박사는 “전문가 설문을 통해 극소형 위성단, 우주공장, 위성 기반 사이버·전자기파 공격, 경호위성단 등 미래 우주전의 개념을 예상해 우주 핵심기술을 도출했다”며 “우주 선도국의 경우 2050년까지 레이저 공격 기술, 우주 스텔스 기술 등을 무기체계에 적용하고 우주에서 무기를 조립·생산하고 손상된 위성을 수리하는 개념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비역 육군 준장인 최낙중 국방우주학회 총무이사는 “우주통신 분야는 상시 전투 대비태세(Fight Tonight)를 위해 꼭 필요한 분야”라며 “육해공군이 합동군 개념으로 역량을 통합해 다층적인 미래 모자이크전을 수행하기 위한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곽신웅 국방우주학회 기획위원장(국민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위성에서 생성되는 군 감시정찰 정보의 실시간 공유를 통한 정보 효율화가 절실하다”며 “초소형 위성체계사업은 뉴 스페이스의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군 위성 사업은 민간이 개발을 주도하고 연구소가 지원하는 체제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창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우주시스템연구실장은 “군과 민간 위성을 같이 활용하면 군 감시정찰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국방 수요 증가에 따른 기업의 기술혁신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원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전문관은 “군·관·민 위성 개발의 다각화와 협력적 운용을 통해 군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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