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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땐 눈맞춤, 장애인과 소통 잘하는 팁이죠"

■김경양 서울시장애인의사소통권리증진센터장

질문후 대답 기다리는 여유 필요

표현 서툰 성년 장애인 위험 더 노출

'전문가 연계' 맞춤 서비스제공 불구

전자식 소통도구등 정부지원 한계

연 40여명만 혜택…아직 갈길 멀어

김경양 서울시장애인의사소통권리증진센터장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 간에도 갈등과 불화를 겪는 경우가 있다. 대개는 말이 통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다. 말을 하고 들을 줄 아는데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은데 말을 사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장애인의 의사소통이 일반인에 비해 훨씬 힘든 이유다.

서울시장애인의사소통권리증진센터는 장애인 의사소통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설립된 서울시 산하기관이다. 센터 이름에 권리가 들어가 있다. 김경양 센터장은 “장애인 의사소통은 국민으로서 갖는 당연한 권리”라며 장애인 의사소통을 위한 국가의 지원을 시혜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의사소통의 대표적인 수단은 보완대체의사소통(AAC)이다. 말을 어느 정도 하는데 명료하지 않아 알아듣기 힘들 때 도와주는 것이 보완이요, 말 자체가 불가능할 때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대체다. 사람이 서 있거나 걷는 모습을 형상화해 만든 신호등이나 카카오톡에 나오는 다양한 이모티콘을 떠올리면 쉽다. 장애인이 자신의 심리 상태나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 상징을 선택해 상대방에게 의사표시를 하는 방식이다.



AAC는 비전자식과 전자식으로 나뉜다. 의사소통판을 활용하는 비전자식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개인용컴퓨터(PC)나 태블릿 등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전자식은 비용은 많이 들지만 훨씬 더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과 ‘먹고 싶다’는 그림 상징을 선택하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문장이 만들어져 상대방에게 글과 말로 전달할 수 있다.

AAC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는 30년쯤 됐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장애인 의사소통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온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당장 영어권 선진국에서는 사용 가능한 그림 상징이 20만여 개 정도 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고작 1만 개에 불과하다. 김 센터장은 “선진국에는 대당 가격이 2000만 원 하는 고가 도구도 정부 지원이 되지만 우리나라는 최대치가 기껏 130만 원 정도”라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미성년 장애인은 학교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받아 어릴 때부터 자신만의 의사소통 방법을 익힌다. 반면 나이 든 장애인은 도움을 받은 적이 없어 심각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센터는 이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의 장애 특성과 의사소통 요구를 기반으로 전문가와 전문 기관을 연계해 의사소통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예산의 한계 때문에 1년에 40명 정도밖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센터가 서울밖에 없어 수많은 장애인이 의사소통 노력을 기울이다 좌절하고 포기한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센터장은 “장애인과 얘기할 때는 눈을 먼저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많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과 얘기하려고 한다”며 “그것은 장애인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유 있게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생전에 사용한 대화 기기만 해도 최첨단이지만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즉흥적인 질문을 한다면 대답을 듣기까지 최소한 몇 분은 걸린다. 김 센터장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질문을 했다가 대답이 늦어지자 당황해서 대답을 듣지도 않고 가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장애인이 얼마나 황당해할지 생각해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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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여론독자부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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