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최근 오너가(家) 내 지분 상속 분쟁의 씨앗이 움트면서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구광모 회장(15.95%)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4.20%)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2.92%), 구연수 씨(0.72%) 등 세 명이 올 3월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인데요. 이달 중순 재판부는 양측에 구체적인 주장과 입증 계획을 제출하라 요구하는 등 심리에 착수했으며, 세 모녀는 변호인단을 추가로 꾸리면서 본격적인 소송 준비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故 구본무 회장이 2018년 타계하면서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8.76%, 구연경 대표는 2.01%, 구연수씨는 0.51%를 각각 분할 상속 받았습니다. 김 여사와 두 딸은 이런 지분 상속이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법은 상속 비율을 1.5(배우자)대 1(자녀 1인당)로 규정하는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논리입니다.
재계는 기업 경영에 경험이 없는 세 모녀가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이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모습입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영국계 투자회사인 실체스터(Silchester)가 지난달 12일 LG 지분 5.02%를 취득했다고 공시하자 다양한 추측까지 쏟아졌습니다. 시장은 당시 실체스터의 지분 취득 이후 경영권 분쟁이 더 격화할 수 있다고 해석 했는데요. 이들의 지분 보유 공시가 난 당일 LG 주가는 9만8000원까지 치솟았다가 전일 대비 9.48% 오른 9만3500원에 종가를 형성한 것입니다.
서울경제 시그널은 지분 취득 배경을 묻기 위해 최근 실체스터에 직접 접촉했습니다. 향후 LG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면 이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체스터 측은 "현재 한국 투자에 대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바뀌면 연락하겠다"고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지난달에도 국내 몇몇 언론이 실체스터 측에 이메일로 질문을 넣어 비슷한 답변을 받았는데, 아직까지도 그들은 특별한 입장 변화를 꾀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실체스터는 본인들이 LG 경영권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나쁜 외국 자본’으로 비춰지는 것을 꺼리는 듯한 답변도 추가로 내놨습니다. 한국 주주들로부터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회사 측은 “실체스터가 헤지펀드, 행동주의(Activist) 등으로 표현되면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체스터는 1994년 설립돼 런던과 뉴욕에 거점을 두고 주로 아시아 기업에 투자하는 회사입니다. 일본 시장 투자 비중이 가장 높으며 홍콩, 한국, 대만 등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선 2006년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하며 이름을 알렸고, 2011년엔 KT의 지분 5% 이상 취득을 공시한 뒤 현재까지 주요 주주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실체스터는 두 회사를 향해 눈에 띄게 주주가치 제고 활동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들은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소개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는데요. 투자 대상 회사의 경영진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곳으로 나름대로의 정체성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 전문가들 역시 실체스터가 LG에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할 수는 있으나 상속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관측합니다.
이처럼 실체스터는 LG의 경영권 분쟁에 당장 개입할 가능성이 적지만, 향후 분쟁이 크게 번질 경우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라도 이뤄진다면 어느 쪽이라도 실체스터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죠. 그렇게 되면 실체스터는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 밖에도 지난 3월 말 기준 LG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요 기관투자가는 국민연금(6.83%)이 있습니다.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투자회사들이 LG의 주가 상승을 대비해 지분을 미리 취득하고 있을 것으로도 추측됩니다.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펀드가 점차 보편화되고 주주 간 분쟁도 적잖게 발생하는 만큼 시장은 꾸준히 LG 상속 분쟁과 주가 향방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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