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민생 살리기, 경제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논의를 정부 여당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대화 제안을 수용하면서 “의제는 술 얘기, 밥 얘기가 아니라 추경 얘기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추경은 없다고 잘라 말한 것은 사실 대책이 없다고 고백한 것과 같다”면서 “서민층과 중산층, 자영업자와 취약 계층의 고통을 방치하는 것으로 정부의 역할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12일에도 “재생에너지,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투자,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까지 합쳐 약 35조 원 정도의 추경 편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13일 국회에서 “세수가 부족하다고 걱정하면서 35조 원을 더 쓰겠다고 하면 나라 살림을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추경 편성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덕수 총리는 재정 긴축을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에 “국가 빚을 얻어 지원해야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부실해진 재정 상황과 귀책 사유를 생각한다면 민주당이 추경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염치없는 일이다. 중앙·지방정부 빚만 합친 국가 채무(D1)는 선심 정책을 남발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400조 원 이상 늘어 지난해 1000조 원을 훌쩍 넘어섰고 올해 이자만 25조 원가량에 달한다. 게다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국세 수입은 134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조 9000억 원이나 덜 걷혔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추경에 매달리는 데는 선심성 예산을 풀어 내년 4월 총선에서 표를 더 얻어보겠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을 거대 의석을 앞세워 부결시킨 데 대한 국민의 들끓는 반감을 덮어보겠다는 속셈도 읽힌다. 이 대표에게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굴욕적 만남 이후 빗발치는 질타를 추경으로 희석시키겠다는 기대가 있을 수 있다. 나랏빚은 쌓이고 세수 펑크가 커지는 판에 ‘방탄 정당’ 이미지나 덮자고 소중한 나랏돈을 끌어다 쓰자는 게 가당한 일인가. 지금 추경 운운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무책임한 착취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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