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에서 내부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상준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임명 4개월 만에 사퇴한 데 이어 최근에는 윤 대통령이 재가한 1급 간부 인사가 1주일 만에 번복되는 일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이 김규현 국정원장 측근의 부적절한 인사 개입 정황에 관한 보고를 받고 당초 승인했던 인사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인사 잡음의 근본 원인은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과도하게 국정원을 들쑤시고 ‘코드 인사’를 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문 정부 기간 서훈·박지원 전 국정원장 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역청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정원 내 세력 갈등이 불거졌다. 문 정부는 정권 초기인 2017년부터 국정원 내에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주요 인사들을 대거 물갈이했다. 문 정부는 이 과정에서 ‘평화’를 명분으로 남북 대화에 주력하느라 국가 안보를 위한 대공 수사 기능을 거의 무력화했다.
공공기관도 문 정부가 임기 말 남발한 ‘알박기’ 인사로 혼란을 겪고 있다. 문 정부는 임기 종료 6개월 전 공공기관 기관장·임원 등 59명을 무더기로 임명했다. 정권이 바뀌면 국정 철학을 공유해야 하는 주요 공공기관장은 물러나는 것이 상식에 맞다. 하지만 문 정부가 임기 말에 임명을 강행한 기관장들은 실적 부진과 중대 사고 발생 등에도 책임을 지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했다. 정부가 16일 발표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서 해임 건의와 경고 조치 대상에 오른 기관장 17명 가운데 16명이 문 정부 때 임명된 인사였다.
국정원과 공공기관이 본연의 사명과 역할에 집중하게 하려면 공정과 상식에 맞는 인사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직원들이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성실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려면 이념이나 연줄이 아니라 전문성과 실력을 우선으로 하는 인사 원칙을 세우고 우수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정부는 과거 정권의 ‘적폐 인사’ 교체를 시도하되 원칙에 맞게 치밀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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