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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發 가격인하 압박에…우유·커피·치킨도 '눈칫밥'

대두유 32%·원두도 18% 내려

식품기업 정부 눈치보기 돌입

"인건·가스비 등 올라 부담 여전"

슈퍼엘리뇨에 원재료 또 뛸수도

우유값 8월 인상 예고도 변수로





정부가 국제 밀 가격 안정화를 이유로 라면 제조사들에게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나서자 우유·커피·치킨 등 다른 식품 기업들도 관련 사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가격 인상 명분으로 내세웠던 커피원두와 대두유 시세 역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 기업들은 인건비와 물류비가 올랐다며 손사래치면서도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을 경우 물가 상승 주범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점에서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수입협회에 따르면 국제 밀과 대두유, 커피원두 시세는 지난해 하반기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 라면·빵의 주재료인 밀 가격은 지난해 5월 1t당 419달러에서 올해 3월 253달러로 내렸다. 치킨을 튀길 때 사용하는 대두유 값도 같은 기간 1842달러에서 1249로 싸졌다. 커피원두 시세도 이달 1㎏에 4600원대로 1년 전보다 20%가량 하락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장기화되며 공급량이 회복된 효과로 업계는 분석했다.

2021년 1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0회 서울카페쇼에서 부스 관계자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성형주 기자


밀·대두유·커피원두의 국제 시세 급등은 지난해 국내 식품업체들의 가격인상 명분으로 작용해왔다. 농심(004370)오뚜기(007310) 등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며 지난달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전년 동기 대비 13.1% 뛰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7여년만에 아메리카노 등 주요 메뉴 가격을 100~400원가량 인상했다. 빵과 치킨 가격도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원재료 값이 안정되자 '명분 있는 가격 인상'은 반전을 맞기 시작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날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라면 값과 관련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교촌치킨은 조건부 할인 등 '꼼수 할인'이 아닌 제품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리온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앞서 오리온은 지난해 9월 9년 만에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원가가 안정되면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재료 원가 상승으로 인한 음식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있다. /오승현 기자


반면 식품 업체들은 여전히 가격 인상 요인이 존재한다며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다. A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산업용 가스요금이 40%가량 인상됐다"며 "원재료 값이 내렸지만 인건비나 물류비, 에너지 비용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 여름 지구 기온을 끌어올리고 남아시아·호주 등에 가뭄을 유발하는 '슈퍼 엘리뇨' 현상이 예고된 만큼 원재료 값이 안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B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포함한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해놓은 상황"이라며 "손바닥 뒤집듯이 제품 가격을 인하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설명했다.

교촌·BBQ·bhc 치킨 3사 역시 당장은 가격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건비와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주문 수수료, 생닭 등이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최근 1~2년 새 관련 부담이 커지며 가맹점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비용 압박 요인은 가맹점의 매장 운영 비용"이라며 "생닭 가격은 여전히 작년보다 20% 정도 오른 상태고, 인건비 역시 줄지 않고 계속 올랐다"고 말했다. 라면 업체들만 "다각도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가격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우유코너./ 오승현 기자


유업계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오는 8월부터 축산 농가에서 생산하는 원유 가격이 ℓ당 69~104원 오를 예정이지만, 낙농제도 개편을 이유로 가격을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원윳값을 결정짓는 기준에 생산비 뿐 아니라 소비량을 포함했다. 이에 인상 논의 폭은 제도 개편 전 ℓ당 104∼127원에서 69~104원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지난해 인상폭(49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원유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흰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간담회를 통해 유업체들과 협력해나가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원유 가격 인상이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의 흰 우윳값 인상으로 이어지면 아이스크림과 커피류 가격이 들썩이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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