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4일 새벽, 그리스 남부 해안에서 75㎞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대형 어선이 전복됐다. 리비아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로 향하던 이 배에는 100여 명의 아이들을 포함해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시리아·이집트를 떠나온 최대 750명의 난민들이 타고 있었다. 생존자 수색이 계속되고 있는데 현재 확인된 사망자만 78명에 이르고 실종자는 500명이 넘는다. 2015년 4월 18일 리비아 해안에서 발생한 선박 충돌로 약 1100명의 난민 중 28명만 살아남은 처참한 사고 이래 최악의 지중해 난민 사고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지중해는 숱한 인명을 집어삼키는 ‘죽음의 바다’이기도 하다. 분쟁과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아프리카와 중동·남아시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중 해마다 수천 명이 밀입국 경로인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금까지 지중해에서 사망·실종된 이민자와 난민 수는 2만 7000명이 넘는다.
냉전 종식 후 점차 불어난 지중해 난민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중동과 북아프리카 난민이 몰려들면서 이슈가 됐다. 특히 내전에 시달리는 시리아인들이 가세하면서 2015~2016년에는 난민 수가 폭증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년간 140만 6060명이 유럽으로 건너오는 과정에서 8867명이 익사한 것으로 추정한다. 올해도 1분기 중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7만 1136명이 지중해를 건너면서 최소 441명이 목숨을 잃었다.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유엔은 1951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50주년을 맞아 세계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난민 인정률은 최근 3년 평균 1.3% 수준에 그칠 정도로 난민 문제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2018년 제주 난민 사태가 보여줬듯 난민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인구 감소와 맞물려 이민 이슈가 공론화된 지금 난민 문제와 지원 방안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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