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현지 도착 첫날부터 일곱 차례에 달하는 양자 정상회담을 소화하며 대한민국 수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세일즈 외교’를 시작했다. 특히 양국 파트너십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네덜란드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다.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반도체 산업 동맹 강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또한 신냉전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안보와 에너지 수급에서 모두 도전에 직면한 헝가리·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 정상들과 각각 만나 원전 및 방산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만난 7개국 정상에게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한·나토 국가별적합파트너십프로그램(ITPP)’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정상외교에 돌입했다. 이어 나토 회원국들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첫 번째 참석은 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초점을 두고 거시적인 틀에서 한국과 나토 간 협력을 다지는 기회였다. 그에 비해 이번 참석은 나토 회원국들과 경제·안보·기술 등 전방위적인 파트너십 격상 및 협력 사업의 구체적 성과를 내는 데 방점이 찍혔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 시작과 동시에 노르웨이와 포르투갈·네덜란드·뉴질랜드·헝가리·루마니아·스웨덴 등 7개 국가와 연쇄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에 처음 나선 윤 대통령은 폴란드와의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세계경제가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블록화하는 상황으로 진단하며 주요 수출 시장을 유럽연합(EU)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기조에 맞춰 주요국 정상들과 교역 확대를 위한 전략적 대화에 나섰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반도체 동맹’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9개 국가(호주·네덜란드·프랑스·폴란드·튀르키예·덴마크·체코·캐나다·영국)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네덜란드와 협력을 다진 바 있다. 네덜란드는 이번에 다시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함에 따라 한층 더 깊이 양국 간 전략적 유대를 쌓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뤼터 총리에게 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이 한국이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자하는 내용을 비롯해 양국의 반도체 협력 증진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뤼터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경제안보의 핵심 물자인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시키고 역내 평화 유지를 위해 연대할 것임을 대내외에 각인시켰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확장으로 자국 방위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헝가리·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와 협력하기 위한 대화도 진행했다. 이 가운데 헝가리는 전력 생산의 40% 이상을 원전이 담당하는 국가로 신규 원전 2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커털린 노바크 헝가리 대통령과 만난 윤 대통령은 헝가리가 추진 중인 원전 사업에 한국이 동참할 수 있도록 협력을 당부했다. 두 정상은 양국이 수소에너지와 디지털 기술 등 미래산업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협의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한국과 원전 수출 설비 계약을 체결한 루마니아와도 원전 시장에 대한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루마니아에서 추진되는 고속도로 등 인프라 사업과 전자정부 등 디지털 분야 사업에 대한 협의 또한 진행했다.
이뿐 아니라 윤 대통령은 노르웨이와 수소에너지와 해상풍력, 포르투갈과는 디지털과 반도체 협력, 스웨덴과는 방산 물자와 바이오, 배터리, 뉴질랜드와는 워킹홀리데이 등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디지털 무역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7개를 포함해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12개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김은혜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가급적 많은 나라를 만나는 강행군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뤼터 총리에게 서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부산엑스포를 지지한 데 대한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한 7개국 정상들에게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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