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국립오페라단의 새로운 연출과 해석으로 재탄생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의 작품 중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으로 꼽힌다.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꽃 아가씨’를 원작으로, 작품이 초연된 1853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코르티잔(상류층을 상대하는 고급 매춘부)를 다룬 오페라를 썼다.
사교계에서 널리 사랑받는 코르티잔이던 ‘비올레타’는 우연히 만난 ‘알프레도’에게서 지속적인 구애를 받고 그의 사랑이 진실됨을 깨닫게 된 후 사랑에 빠진다. 이들의 사랑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지만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등장해 아들과 헤어져 달라고 부탁하면서 위기를 맞이한다. 결국 그들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설득에 알프레도와 헤어지기로 결심한 비올레타는 그를 떠나지만, 이별에 고통스러워 하던 알프레도는 다시 만난 파티장에서 비올레타를 모욕한다. 모든 일이 일어나는 와중에 비올레타의 건강은 시시각각 나빠지고 있다.
작품이 완성된 당시에는 고대와 중세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하던 것이 보편적인 흐름이었지만, 베르디는 작품의 배경으로 동시대를 가져온다.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무대에 오르는 이번 작품에서 연출을 맡은 뱅상 부사르가 주목한 것도 이 부분이다. 그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했던 베르디의 의도에 충실하도록, 이번 작품을 오늘날 소프라노와 비올레타 발레리의 치밀하고도 시적인 만남으로 그리려 한다”고 밝혔다. 의도에 맞춰 작품 곳곳에는 현대적 요소가 산재하다. 비올레타는 가죽 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채 등장하고, 알프레도 또한 잿빛 현대식 수트를 입는다. 2막 2장에 등장하는 파티 장면에서 무용수들은 성별이 뒤바뀐 입은 채 춤을 춘다. 남자는 드레스를 입고, 여자는 턱시도를 입은 채 그려내는 원색의 아이러니는 서로 사랑하고 있음에도 어긋난 선택으로 인해 파멸을 맞는 연인을 비춘다.
무대에는 어린 소녀가 등장해 비올레타의 어린 시절과 순수한 사랑을 표현한다. 소녀의 이미지는 반복되며 고통에 잠긴 비올레타의 심리를 부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는 피아노가 놓인 채 그의 삶이 걸어가고 있는 뚜렷한 멜로디를 나타내고 있다. ‘길을 잃은 여자’라는 제목의 뜻처럼 비올레타는 길을 잃었지만, 죽음을 목전에 둔 그는 피아노 위에서 평안을 느낀다.
비올레타의 이야기로 요약될 만큼 작품은 소프라노의 가창이 중요하다. 비올레타를 맡은 소프라노 박소영과 윤상하는 힘 있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비올레타의 비애를 노래한다. 알프레도 역에는 테너 김효종과 김경호가 이름을 올렸다.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메트오페라합창단을 이끈다. 작품은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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