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가자 지구 병원 폭발 참사에 대해 이스라엘 아닌 가자지구 내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날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에서는 폭발사고가 발생해 500여명이 숨졌고 이를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을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에 대해 "가자 내 테러리스트 그룹이 잘못 발사한 로켓의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직전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서도 "그것은 여러분(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쪽에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바이든 대통령 기자회견 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면서도 "상공에서의 이미지, 획득하거나 공개된 정보로 볼 때 이스라엘은 가자 병원의 폭발에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 정보당국은 로켓이나 미사일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지역에서 발사됐다는 위성 사진 및 적외 데이터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즈(NYT)는 “미 정보기관 당국자들이 발사와 관련한 오픈 소스를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 위치에 발사된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역시 감청을 통해 이슬라믹 지하드 대원들이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음성 녹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에 대해 확고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 바이든 정부는 이번 주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대만 등에 대한 안보 지원 예산으로 1,000억달러 규모를 의회에 요청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법의 지배에 따른 행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판 9·11 테러로 불리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관련, "정의는 실현돼야 한다"면서도 "분노를 느끼되 그것에 휩쓸리지 마라. 9·11 이후 미국은 정의를 찾았으나 우리는 실수도 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가자·서안 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1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 모두가 존엄과 평화 속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라면서 "이것은 '두 국가 해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같은 두 국가 해법에 힘을 싣기 위해 이번 순방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가자지구 병원 폭발 이후 만남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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