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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 악재에 거래대금마저 '뚝'…출구 안 보이는 코스닥

총선 직후 6.6조…코스피의 절반

주식회전율도 5년 반만에 최저치

실적 부진에 2차전지주 힘 못쓰고

코스피로 이전상장만 21년來 최대

대형주 장세로 재편되며 소외심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전광판. 연합뉴스




올 들어 인공지능(AI),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대형주 순환매 장세에 밀려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코스닥시장이 총선 직후 거래 대금까지 급감하며 완전히 소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해 시장을 이끌던 2차전지주의 실적이 맥을 못 추는 데다 정치 테마주까지 동력을 잃은 만큼 당분간 코스닥에 투자 자금이 몰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지수는 닷새 만에 0.28% 반등해 860.47로 올라섰지만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직전인 지난달 23일 수준(868.57)은 회복하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말(866.57)보다 낮은 수준이고 올 들어 1.00% 상승한 코스피지수보다 저조한 성적표다. 코스닥은 이달 9거래일 동안 3거래일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수 흐름이 부진하니 최근 거래 대금 규모도 유가증권시장에 크게 밀리고 있다. 이날 코스닥 거래 대금은 총 8조 295억 원을 기록해 코스피 11조 7200억 원보다 3조 6905억 원 적었다. 코스닥 거래 대금은 총선 바로 다음날이었던 전날에는 코스피의 절반인 6조 6613억 원까지 줄었다. 이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시장이 위축됐던 지난해 11월 17일(5조 9599억 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달 들어 코스닥의 거래 대금이 코스피보다 많았던 날은 하루(5일)뿐이다. 최근 매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코스닥의 올해 하루 평균 거래 대금도 10조 8138억 원까지 줄어 코스피(10조 6631억 원)에 추월당할 처지다. 1월까지만 해도 코스피보다 1조 7000억 원 가까이 많았다가 이달 들어 1조 4000억 원가량 역전된 탓이다. 지난해는 코스닥의 연간 하루 평균 거래 대금(10조 246억 원)이 1996년 개장 이후 처음으로 코스피(9조 6027억 원)를 앞선 바 있다. 코스닥은 주식 유통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인 상장주식 회전율도 11일 1.21까지 떨어져 2018년 10월 22일(1.18) 이후 5년 6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최근 코스닥의 침체는 근본적으로 올해 국내외 증시가 AI 등 일부 대형주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거래 활성화를 주도했던 2차전지주가 미국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업계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도 있다. 여기에 정부까지 올 초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PBR이 상대적으로 높은 종목이 대거 포진한 코스닥 소외 현상은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그 사이 셀트리온(068270)과 합병한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포함해 에코프로비엠(247540)·포스코DX(022100)·엘앤에프(066970)·HLB(028300)·파라다이스(034230) 등 대형주 6종목은 올해 코스피로 옮겨갔거나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한 해에 5곳 이상의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로 넘어가는 것은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1분기 실적 시즌을 맞은 이달 들어서도 코스닥에서는 수익성이 크게 나아질 종목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의 관심이 금리 인하, 지정학적 갈등 등 거시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증시 거래도 코스닥보다는 반도체 등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가 높을수록 성장주가 많은 코스닥이 유리한데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코스피가 유리한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실적 시즌인 이달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신흥 국가 등 세계 모든 지역에서 대형주의 수익률이 중소형주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그중에서도 한국의 경우는 미국과 달리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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