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운용 자산 규모만 1200억 달러(약 17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운용사 위즈덤트리가 유럽 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미국 예외주의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가가 저렴한 유럽 증시로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국 방위비 인상 압박으로 자주국방 강화 목소리가 커지며 유럽 방산 업종의 주가가 계속해서 우상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제러미 슈워츠 위즈덤트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전 세계 관세 전쟁으로 미국에서 빠져나온 투자 자금이 유럽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독일의 경우 관세 부과 전 40%에 달했던 자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 비중이 최근 18%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제러미 CIO는 구체적인 유망 업종으로 방위산업을 지목했다. 미국이 장기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자처했던 ‘세계 경찰’ 역할을 스스로 내려놓으면서 유럽 방산 업종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취임 이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를 상대로 방위비 인상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앞다퉈 국방비를 증액하며 자국 방위산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제러미 CIO는 “정부 부채로 매년 2조 달러(약 2834조 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는 미국은 전 세계 경찰 역할을 수행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유럽 국가에 자국 무기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러미 CIO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이후에는 주가 상승 온기가 건설 업종으로 옮겨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세계 2차대전 종전 이후 황폐해진 유럽 국토 복원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던 ‘마셜 플랜’을 이행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막대한 투자 자금이 몰리며 주변국 건설 기업들의 공사 수주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유럽 증시가 실제 가치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다. 실제 위즈덤트리 자료에 따르면 유럽 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10% 내외로 미국 대표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절반 수준이다. 제러미 CIO는 “러-우 종전 이후에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또 다른 증시 상승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유럽 증시 상승세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러미 CIO는 유럽 외 유망 시장으로는 인도를 지목했다. 타 국가 대비 청년층 인구 비중이 높은 데다 기술력도 우수해 경제 성장 잠재력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다. 제러미 CIO는 “주가 등락이 반복될 순 있으나 수십 년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인도만큼 유망한 시장이 없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매수를 권한다”고 말했다.
제러미 CIO는 아울러 국내외 증시 변동 장세가 올해 말까지도 이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관세 부과 완화 기조를 보이고는 있으나 세부적인 내용들이 다 완료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그러면서 위험자산인 주식 외에 잔존 만기 3개월 미만에 단기 채권이나 금, 은 등 원자재 같은 대체 투자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골고루 편입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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