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결혼을 앞둔 김 모(28) 씨는 최근 예물로 14캐럿 금반지를 맞췄다. 당초 다이아몬드 반지도 생각했지만 가격과 편의성 등을 고려했을 때 금반지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김 씨는 “반지에서 아낀 돈을 신혼여행 숙소 값에 더 보탤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물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다이아몬드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28일 월곡쥬얼리산업연구소가 공개한 ‘2024 예물 주얼리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다이아몬드 예물 구매율은 41.2%로 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60.4%)과 비교해서도 불과 5년 만에 19.2%포인트나 곤두박질쳤고 시장 규모 역시 6229억 원에서 3114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다이아몬드 외 예물 시장 규모가 같은 기간 3662억 원에서 4151억 원으로 13%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고물가와 맞물려 결혼 비용도 크게 오르면서 예물에서 예산을 아끼는 대신 다른 곳에 보태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올해 말 결혼을 앞둔 황 모(29) 씨는 “비싼 것을 해도 어차피 집에 모셔둘 것”이라며 “반지 로망도 없는 만큼 비싼 천연 다이아몬드는 선택지에서 배제했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 다이아몬드(랩 다이아몬드)로 대거 옮겨간 것도 다이아 시장 축소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랩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의 10% 수준이지만 외형은 물론 성분까지 동일하다. 조사에서도 ‘랩 다이아몬드를 알고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전체의 71.4%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랩 다이아몬드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지수(2001년=100)는 이달 25일 기준 93.3에 머무르고 있다. 24년 전 가격보다 지금이 더 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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