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대학교에서 35년 만에 명맥이 끊긴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 재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비공식으로 열리는 강의에도 1700명 이상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서마학) 측에 따르면 강성윤 서울대 경제학부 강사가 오는 6월부터 비공식적으로 개설하는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에 신청자가 1700명을 넘겼다.
이번 비공식 강의는 ‘정치경제학입문’이라는 강좌명으로 서울대 구성원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개강좌 형태로 열리며 내달 24일부터 8월 5일까지 총 13주에 걸쳐 진행한다. 다만 학교 측이 개설한 공식 수업은 아니기 때문에 이수 학점은 ‘0’점이다.
서울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는 고(故) 김수행 교수가 지난 1989년 부임하면서 처음 개설됐다. 이후 2008년 김 교수가 퇴임한 뒤 강 강사가 강의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1학기를 끝으로 폐강됐다. 당시 학교 측은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에 대한 수요와 공급 상황을 고려해 폐강한다고 전한 바 있다.
이 같은 학교 측의 결정에 반발하는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지난달 출범한 서마학은 학내외에서 2400명으로부터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를 복원하라’는 서명을 받았다. 이어 이달 9일 교내 행정관 터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르크스 경제학 폐강은 대학이 비판적 사유의 기회를 거부하고, 불편한 지식의 존립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라며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강사 임용, 마르크스 경제학 강좌 개설 등을 대학 측에 요구했다.
이에 서마학은 “마르크스 경제학 교과목 개설을 요구하는 투쟁을 꾸준히 이어 나갈 것”이라며 “여름학기에 강성윤 선생님의 비공식적 ‘정치경제학입문’ 강의의 수강 희망자를 모집하고 수업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의를 맡은 강 강사는 “대학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바라보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을 접하고 그것을 판단하고 평가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며 “값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고 대학에 다니면서, 자신이 배울 수 있는 지식과 시각을 협소하게 제한하는 행태들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지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한 번쯤 고민해 볼 것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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