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주상복합을 짓다 빚을 갚지 못해 공매에 부쳐진 서울 강남구 ‘포도 바이 펜디 까사’ 부지가 첫 입찰에서 유찰됐다. 최악으로 치달은 건설경기에 강남 알짜 땅마저 개발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공매 포털 사이트 온비드에 따르면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4번지 토지 및 건물 공매 물건에 대한 개찰을 진행한 결과,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토지 약 3253㎡(약 980평) 및 건물 등이 매각 대상으로, 최저 입찰가는 3712억 8800만 원이다. 다음 입찰일은 이달 16일로, 1차 입찰가보다 약 5% 낮은 3572억 3000만 원부터 공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 학동역과 강남구청역 사이에 위치한 이 부지에는 애초 지하 7층~지상 20층, 아파트 29가구 및 오피스텔 6실 규모의 초고가 주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특히 이탈리아계 명품 브랜드 펜디가 인테리어를 맡은 데다 분양가가 200억 원대로 책정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부동산 개발업체가 부지 매입을 위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뒤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빠지면서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에 실패했고 결국 올해 3월 공매에 넘겨진 것이다.
포도 바이 펜디 까사 개발 부지에 대한 공매는 올해 10월까지 총 10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마지막 10회차 최저입찰가는 2340억 원으로 감정가(3099억 원)의 약 75% 수준이다. 만약 남은 공매 절차에도 불구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수의계약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감정가의 절반 이하 값에 넘기는 ‘헐값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PF 침체로 공매에 부쳐진 사업장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고급 도시형생활주택 ‘오데뜨오드 도곡’은 높은 분양가에 미분양이 발생했고, 84가구와 근린생활시설 전량이 공매로 넘어갔다. 지난해 최초 최저입찰가는 1829억 원이었으나 올해 5월 최저입찰가는 1000억 원까지 떨어졌고, 이마저도 유찰됐다. 이밖에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고가 오피스텔 ‘청담501’ 부지도 공매에 부쳐졌고 총 9번의 유찰 끝에 수의계약을 통해 지난해 말 주인을 찾았다.
한편 한국은행 수정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6.1%로 예상됐다. 이는 한은의 경제통계시스템(ECOS) 시계열상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3.2% 이후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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