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꾸지뽕나무 밑에 가 꾸지뽕 열매를 주워요
꾸지뽕 열매는 음력 시월이 다 가도록 가지에 붉게 매달려 있어요
오늘 아침에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나무 밑에 가 꾸지뽕 열매를 주웠어요
이제는 꾸지뽕 열매를 새가 쪼아 먹고 벌레가 갉아 먹어 놓아요
나는 새와 벌레가 쪼아 먹고 갉아 먹고 남긴
꾸지뽕 열매 반쪽을 얻어먹으며 별미를 길게 즐겨요
콩 세 알 심어 한 알은 새가, 한 알은 벌레가 먹게 하고, 나머지 한 알을 거두었다는 옛 농부들이 떠오르게 한다. 후여~ 쫓지도 않고, 약을 치지도 않고, 기껏 땅에 떨어진 반쪽 열매를 주워 먹는 시인의 모습이 낮아서 높아 보인다. 요즘에는 김장 무나 배추 씨앗도 살충제로 코팅해서 판다. 새나 벌레는 퇴치 대상일 뿐이다. 뽕나무와 잎이 다르고, 열매가 다르고, 가시 난 줄기도 다르지만 ‘굳이’ 뽕나무라 불러 ‘꾸지뽕나무’가 되었다는 유래담이 전한다. 차이보다 동질성에 주목한 명명이다. 새와 벌레와 인간, 이름은 달라도 ‘굳이’ 말하건대 한 생명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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