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요 배달 플랫폼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자 음식값과 배송료를 모두 없앤 ‘0원 배달’ 사례까지 등장했다.
14일 중국 펑파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타오바오-어러머와 텐센트 계열 메이퇀 등 중국 대형 배달앱들은 이달 초부터 주말마다 대규모 쿠폰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일정 금액 이하 주문에 한해 음식값과 배달료를 모두 받지 않는 ‘무료 주문’까지 제공하며 소비자 확보 경쟁에 나선 것이다.
타오바오는 이달 2일 500억 위안(약 9조6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 계획을 발표하고, 향후 12개월간 소비자와 매장에 현금 쿠폰과 무료 주문권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토요일이었던 지난 5일 집중적인 쿠폰 행사를 벌여 하루 주문량이 8000만 건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5월 초 일일 주문량 1000만 건을 넘긴 지 두 달 만에 8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어 12일에도 타오바오와 어러머는 무료 행사를 이어갔고, 중국 최대 배달앱 메이퇀도 ‘0위안 배달’ 쿠폰 배너를 메인 화면에 띄우며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의 스타벅스’로 불리는 루이싱커피와 아이스크림 체인 미쉐빙청, 차 프랜차이즈 구밍 등이 무료 구매 메뉴에 자주 등장했고, 만두 체인 ‘바비만터우’와 즉석죽 전문점 ‘만링저우’ 등도 할인 대상에 포함됐다.
여기에 배달 후발주자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도 100억 위안(약 1조9000억 원)을 투입해 할인 경쟁에 뛰어들면서 배달 음료 가격은 더욱 내려갔다.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밀크티 100여 잔이 쌓인 매대와 음료를 기다리는 배달 기사 및 소비자들로 가득 찬 매장 모습이 잇따라 공유됐다. 중국 란징신문에 따르면 12일 오전 10시 기준 중국 내 상당수 음료 매장의 대기번호는 1000번을 넘었고, 주문 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중국 경제 데이터 분석업체 윈드에 따르면 중국 배달 시장 규모는 이미 1조 위안(약 190조 원)을 넘었고 작년 말 기준 배달앱 이용자는 약 5억9200만 명에 달한다.
그동안 메이퇀과 어러머가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해왔으나, 올해 들어 자본력을 앞세운 징둥이 가세하면서 음식값 할인뿐 아니라 배달원 확보 경쟁까지 전방위적 ‘배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5월 당 중앙사회공작부, 중앙인터넷정보판공실, 인력자원사회보장부, 상무부 등과 함께 3대 배달 플랫폼을 소환해 업계 내 경쟁 과열 문제를 공식 지적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번 배달앱 출혈 경쟁이 장기화할 경우, 3대 업체가 대규모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어러머가 410억 위안(약 7조9000억 원), 징둥이 260억 위안(약 5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메이퇀의 영업이익도 250억 위안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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