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최근 잇몸에 끼우는 담배 형태인 '니코틴 파우치(입술과 잇몸 사이에 파우치를 끼워 니코틴을 흡수하는 제품)'가 유행하면서 6세 미만 영유아들이 니코틴에 중독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잇몸담배', '씹는 담배'라는 이름으로 일부 유통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의 '네이션와이드 아동병원' 연구진은 지난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전자 담배나 니코틴 껌·사탕, 니코틴 파우치 등에 따른 6세 미만 아동 니코틴 중독 사례를 13만 4000건 이상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소아과학회(AAP)가 발간하는 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에 게재된 이 논문에 따르면 영유아의 니코틴 중독 사례는 2020년에 10만명당 0.48명이었으나 2023년에는 4.14명으로 3년 만에 8배나 증가했다.
구체적 중독 경위는 영유아가 니코틴 파우치, 씹는 담배, 보통 궐련, 액상 전자담배, 니코틴 함유 껌이나 캔디 등에 노출된 경우 등으로 분류됐는데, 이중 니코틴 파우치 판매량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니코틴 파우치는 감미료를 넣어 달콤하고 담배 연기 없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공중 보건 전문가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최근 10대와 젊은 성인들 사이에서 니코틴 파우치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어 당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국가 청소년 흡연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니코틴 파우치 사용률은 2021년에서 2024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났다.
2014년 미국 시장에 처음 등장한 니코틴 파우치는 '금연 보조제'로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금연보조제로 승인을 받은 제품은 아니다. 니코틴 파우치 하나당 니코틴 함량은 3~12mg까지 다양한데, 최저 용량에서도 일반 담배보다 더 많은 니코틴을 흡수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량의 니코틴이라도 어린아이에게는 위험할 수 있는 것이다.
니코틴에 사고로 노출된 영유아들 중 일부(39명)는 호흡 곤란이나 발작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한 사례도 각각 1세, 1세 반 안팎인 남아 2명이 있었다.
미국소아과학회 대변인은 어른들이 니코틴 파우치나 액상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것을 아이들이 보고 따라하거나 파우치나 액상이 신기하게 보여 마치 장난감처럼 입에 넣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 나탈리 라인 박사는 "고농도 니코틴 제품이지만 맛이 좋다"며 "아이에게 '이건 나쁜거야, 뱉어야 해'라고 말해주는 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른들이 니코틴 제품을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며 "가방이나 뒷주머니, 조리대가 아니라 자물쇠를 채워 보이지 않는 곳에 두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담배업체들이 잇따라 관련 제품을 출시하면서 국내에서도 '잇몸 담배'라는 이름으로 서서히 출시되거나 광고, 사용 후기 사례가 늘고 있다. 안정성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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