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제헌절인 17일 개헌 의지를 밝히며 ‘국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는 개헌 추진 과정과 향후 정책 결정에서 국민의 참여도를 높이고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우원식 국회의장도 “개헌의 첫발을 떼자”고 밝힌 만큼 이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국회에서 뒷받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도록 지시하는 등 헌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회가 ‘국민 중심 개헌’의 대장정에 나서달라”고 밝힌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먼저 개헌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 ‘절차적 의미’의 국민 중심 개헌이다. 이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 국민 기본권 강화 등 안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이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어떤 내용을 넣고 뺄지 헌법의 주인인 국민이 직접 논의해 ‘어젠다 세팅’부터 해야 한다”며 “정치인들이 임의로 개정안을 만들 것이 아니라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 과정이 투명하게 기록으로 남겨질 수 있도록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 중심 개헌의 또 다른 함의는 국민의 직접 정치 참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국회가 민의를 국정 운영에 제대로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국민들이 직접 정치 과정에 참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부 선진국에서는 국민이 직접 아이디어나 법안을 제시하는 ‘국민발안제’를 도입했다”며 “국민이 직접 법안을 낼 수도 있고 아이디어를 내면 의회가 이것을 받아 입법을 하는 방법도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러한 제도가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도입할)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확대했을 때 자칫 정책의 현실성과 합리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특히 개헌 과정에 지나치게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했을 때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전문가를 통한 제동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현실에 맞지 않는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는데 중간에서 전문가들이 잘 살피고 국회의원들이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권력기관 개혁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내용의 검찰 개혁 방안이 개헌안에 포함될 수 있다. 또 감사원의 국회 이관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에서도 우 의장이 주도해 개헌 논의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국회와 정부·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최소 수준의 개헌으로 첫발을 떼는 것이 필요하다”며 “12·3 비상계엄을 거치며 제도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가 커졌다”고 짚었다. 개헌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전면적 개헌보다 단계적·연속적인 개헌이 필요하다”며 “개헌의 물꼬를 트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우선 합의 가능한 것까지만 담는다는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는 올해 하반기 중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개헌의 방향과 추진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예상되는 개헌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또는 2028년 국회의원 선거다. 앞서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은 “(개헌안 국민투표를) 빠르면 지방선거, 늦어도 다음 총선에서 하겠다고 했으니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개헌은 국회 재적 의원의 과반 또는 대통령 발의로 제안된 뒤 재적 의원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개헌이 성립된다.
이 대통령은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참모진에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이 대통령은 “제헌절을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헌법 정신과 국민주권 정신을 다시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며 “이를 특별히 기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 휴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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