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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AI G3' 외치는데 지자체 역주행…소송→투자위축 악순환

[잘못된 법, 산업 어떻게 망쳤나]

<6>발목잡힌 미래산업-데이터센터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여론 눈치

市 착공 반려에 행정 소송도 줄이어

김포서만 데이터센터 30여곳 차질

"하남 동서울변전소 증설 서두르고

지역밀착형 종합 대책 마련해야"

지난해 6월 경기 김포시에서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고양시청 앞. 주민 200여 명이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전자파, 열섬 현상, 소음 등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전자파와 특고압전선 매립에 따른 환경 훼손, 주민과 학생의 건강권 및 재산권 피해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앞서 실시된 주민 찬반 투표에서는 약 95%가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를 새로 지으려면 행정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반대 여론이 데이터센터 설립을 막는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에는 시에서 민원을 근거로 인허가를 까다롭게 하는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데이터센터 사업성을 저해하는 규제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대 여론에 편승하는 지방자치단체 의회의 행보가 거세지는 모습이다. 데이터센터의 긍정적인 사회적 기여도를 인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가 지역 민원에 부딪혔다. 인천 서구청은 이달 들어 아마존 측에 고압송전선로 공사 현황 공개, 주민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달 서구의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을 근거로 아마존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둘러싼 소송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고양 덕이동에 추진되는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고양시가 지난해 8월 말 주민 민원 및 상생안 부족을 이유로 착공을 반려하자 사업자인 마그나PFV는 고양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후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같은 해 10월 “주민 피해에 대한 객관적 사실 확인 없이 주관적 판단만으로 건축 허가를 직권 취소하는 것은 재량권 한계를 넘어선다”며 고양시의 반려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비슷한 이유로 김포 구래동 데이터센터 착공을 반려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인허가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커지고 있다. 공사 진행 일정이 계획보다 지연되며 비용이 늘어나 사업 수익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김명한 한국IDC 책임연구원은 “인공지능(AI) 수요가 확대되며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지만 전력 인프라 부담, 규제 강화 등으로 시장 성장세는 기대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수도권 내 특정 도시에 데이터센터가 몰려 반대 여론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 공급이 중요한 데이터센터 특성상 변전소에 가까운 지역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어서다. 변전소는 지방에서 온 전력의 전압을 변환해 수도권의 기업·가정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설비다. 복수의 변전소가 위치한 김포시의 경우 30곳 이상의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이 잡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선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 데이터센터는 전선 설치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변전소에서 가까운 지역일수록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포시 내에서는 경기 하남시 변전소 증설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남 동서울변전소는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력망을 확충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다. 하지만 하남시는 전자파 유해성, 도시 미관과 소음 문제, 주민 수용성 부족 등을 이유로 증설을 불허한 상태다. 국민의힘 소속 이현재 하남시장은 산업통상자원부를 거친 에너지 전문가임에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인허가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대로면 경기 동남부 지역에 들어설 데이터센터 공사 일정도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데이터센터가 유해 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호소한다. 국립전파연구원 주관 전자파안전포럼에서 지난해 11월 공개된 측정 결과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16개 지점의 전력설비전자파(ELF)는 최대 14mG(밀리가우스)로 정부 인체보호기준인 883mG의 1.5%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여론을 고려한 데이터센터 활성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해 약속한 지원책에 더해 지역밀착형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도의 경우 에너지 절약 등 모범이 될 만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최대 2억 5000만 엔(약 23억 4355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는 데이터센터가 어떻게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실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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