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천 송도에서 사제총기를 이용해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유족이 피의자의 주장과 달리 “가정불화는 없었다”면서 “피의자는 현장에 있던 며느리와 손주도 살해하려 했다”고 밝혔다.
23일 피해자 유족 측은 언론에 입장문을 공유하고 “피의자에게는 참작될 만한 그 어떤 범행 동기도 있을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유족 측은 “이 사건은 피의자가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피의자 A(62)씨는 사건 당일 아들인 피해자 B(33)씨가 차려준 자신의 생일 파티를 마치고 케이크를 먹던 중 ‘편의점에 잠시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총기가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올라 왔다.
이후 A 씨는 피해자를 향해 총을 두 발 발사했고, 자리에 동석한 피해자의 지인에게도 두 차례 방아쇠를 당겼지만 불발됐다고 한다.
유족 측은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숨어있던 며느리가 잠시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방 밖으로 나올 때, 피의자는 총기를 다시 재정비하며 며느리에게 소리를 지르며 추격했다”면서 “며느리가 다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이 숨어있는 방문을 잠그자 수 차례 개문을 시도하며 나오라고 위협하였으나 개문에 실패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피의자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살인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하였으나 총기의 문제로 미수에 그친 것”이라며 “총기가 작동했다면 당시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사망하였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A 씨는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에서 B 씨를 향해 직접 제작한 총기를 발사해 살해했다. 이후 차를 끌고 도주한 A 씨는 21일 자정께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살인 및 총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A 씨는 자신이 거주 중인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아파트에 사제 폭발물을 설치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A 씨의 집에서는 플라스틱 통에 담긴 시너 14통과 타이머 등이 발견됐다.
유족 측은 A 씨가 범행 이유라며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가정 불화’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유족 측은 “피의자는 피해자의 모친과 25여 년 전 피의자의 잘못으로 이혼했지만, 모친은 피해자에게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동거하며 헌신했다”면서 “모친은 8년 전 피해자가 혼인한 이후에야 이혼 사실을 알렸지만, 피의자의 심적 고통을 배려해 (피해자가) 이혼 사실을 알고 있음을 내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당부에 따라 B 씨 내외는 A 씨에게 이혼 사실을 알고 있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 당일도 A 씨의 생일 축하 모임이 전부였을 뿐 다른 갈등은 없었으며, B 씨는 모친이 회사 일로 오지 못한다는 사실도 A 씨에게 따로 전달했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유족 측은 A 씨의 신상공개에 대해서는 “공개된 피의자의 신상정보로 피해자의 유족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되므로 신상공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아빠였으며, 저에게는 훌륭하고 자상한 남편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더 나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저희 가족은 한순간에 삶이 무너졌고, 남겨진 아이들은 사랑하는 아빠를 잃은 상처와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부디 남편의 억울한 죽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그리고 아이들이 이 고통을 딛고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