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시기 고종 황제가 미국인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에게 하사했다고 전하는 전통 가구가 국가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서울 중구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소장한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23일 예고했다.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19세기 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로 114.9㎝, 세로 54.6㎝, 높이 180.3㎝ 크기의 장은 검은 옻칠 바탕에 오색영롱한 빛의 나전으로 정교하게 장식돼 있다. 정면과 양쪽 측면은 전통 회화와 공예가 결합한 산수 문양, 문자 등이 어우러지며 6개의 문짝 안쪽에는 밝고 화려한 색채로 화초·돌 등을 그려 넣었다.
이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고종 황제가 아펜젤러에게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고종이 아펜젤러를 1896년에 만났고 아펜젤러가 1902년에 사망했으니 그사이에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미국 내 아펜젤러 가문에서 대를 이어 보관해왔다.
감리회 선교사였던 아펜젤러는 1885년 조선에 와 청년들에게 영어 등을 가르쳤으며 1887년 서울에 벧엘예배당(지금의 서울 정동제일교회)을 설립했다. 그리고 100여 년이 지난 2022년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아펜젤러의 외증손녀인 다이앤 도지크롬 씨로부터 기증받으면서 삼층장은 국내로 다시 들어오게 됐다. 크롬 여사는 아펜젤러의 둘째 딸인 아이다 아펜젤러의 손녀다.
나전 삼층장은 유래가 명확하고 고급 재료와 정교한 기술이 더해져 연구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층장은 조선 후기인 1800년대 이후 왕실과 상류층에서 유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실의 자녀가 분가하거나 출가할 때 준비하는 생활필수품으로 여겨졌다.
국가유산청은 “19세기 말 대한제국 황실과 서양 선교사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로 유사한 크기와 제작 양식을 갖춘 삼층장이 국내외를 통틀어 극히 희소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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