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를 주최한 재외동포재단의 김봉규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여러분들이 해외에서 분발하는 동안 우리 나라는 이제 세계 12위의 강국으로 거듭나게 되었다”면서 “여기에는 여러분들의 조상과 부모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숨어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 이사장은 또 “조국의 발전이 여러분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항상 조국을 염두에 두고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있은 과학기술부 장관과의 대화에서 서정욱장관은 “국제적 위상이 불분명했던 해방후의 한국의 모습과는 달리 현재의 여러분은 좋은 환경과 교육, 나아가 국제적인 리더십을 갖을 수 있는 좋은 무대가 조성되어 있다”며“이번 대회를 계기로 아름다운 우리말을 많이 배워 쓰고 특히 우리 나라의 역사책들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국의 발전 위해 노력할 터”
이번 대회에 참석한 과학자들의 면면을 보면 의학과 무기체제전문가를 포함, 컴퓨터, 생명공학, 화학, 인사노무관리 등 활동 분야가 다양했다. 이들은 특히 우리 나라가 정보통신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 미국의 유수기업인 루슨트의 벨 연구소에서 로봇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는 이 다니엘(32)씨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인터넷의 열기가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며“인터넷분야에서는 우리 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암센터의 연구원인 홍 줄리(32,여)씨도 “올 때마다 달라지는 정보통신분야의 발전속도에 놀라곤 한다. 비록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고국의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역할을 찾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록스사의 연구원으로 미세전자기계시스템 및 로보틱스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임 마크(35)박사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근본적인 문화차이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어지간한 천재 아니면 동양인의 입학을 허용하지 않는 스탠포드의 기계공학과에서 학위를 따낸 임 마크 박사는 미국의 테크놀러지 리뷰매거진이 선정한 ‘미국을 움직이는 100인의 차세대 과학자’에 포함되기도 했다. 임 마크는 “앞으로 최적의 로봇컨트롤을 심도있게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욱 글로벌화된 한국보고 싶어”
이번 대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거나 미국에서 태어난 1.5~2세대들이었다. 한국인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덕택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이들은 “앞으로 세계적인 무대에서 더욱 선진화된 우리 나라를 보고싶다”며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미국 보잉사의 인사담당자로 있는 장 이안(48)씨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우리 나라 사람은 특유의 진취적인 정신이 있어 각자의 분야에서 CEO(최고경영인)으로 성장해 나갈 충분한 잠재력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전문분야에서 인정받는 한국인은 많다. 하지만 CEO가 된 사람은 드문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CEO의 자질, 즉 다른 인종과 종교·문화에 대한 포용성을 비롯해 대인관계, 융통성, 적응성 등이 포함된 다양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우수한 인재들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당당히 평가받으려면 전문분야에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CEO의 자질을 더욱 더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 나라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한국은 소위 간판과 인맥을 너무 중요시 한 나머지 능력이 뛰어난 CEO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취약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리더십을 키우기 위한 종합적인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세계 한인과학자들의 네트워크 구축
현재 미국의 과학분야에서 활동 중인 동포는 대략 1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인으로서의 동포의식과 민족의식을 갖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재미한인과학기술협회장으로 있는 MIT대학 링컨연구소의 정호(56)박사는 “현재 이민세대는 줄어들고 한국에 한번도 와보지 않은 2세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이들에게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따라서 각종 학술대회를 통해 민족의식을 키워주고 나아가 전세계 한인과학자들간의 네트워크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뿔뿔이 흩어진 유대인들이 종교에 의해 다시 뭉쳤다면 우리는 우리고유의 언어와 문화로 뭉쳐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또 “남북의 교류확대에도 재미과학기술자들이 일조함으로써 민족의식을 더욱 고양시킬 수 있다”며 “재미과학자들이 북한의 과학자들과 함께 공동의 학술세미나를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정박사는 미국내에서 한인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모임을 활성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례화된 모임으로 교류확대해야
이번 대회는 특히 정보통신과 생명공학분야 등 첨단과학기술분야의 동포 청년과학자를 국내연구소 혹은 기업과 연계시켜 활동하게 함으로써 다가오는 디지털 혁명시대에 우리 나라의 전문인력을 발굴, 적극 활용코자 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재외동포재단측은 “금번 대회는 미국거주의 청년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앞으로는 참가자들의 범위를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등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망한 과학자들로 넓혀나가 세계적인 한인과학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을 빛내는 청년과학자들
홍 잔 (미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근무)
“과학자가 안된다는 꿈은 꾸지도 않았습니다.” 항상 목표의식을 가지고 공부해왔다는 홍 잔(35)박사는 미국에서 출생, 6살 때 한국에 돌아와 서울대학을 거쳐 스탠포드대학에서 기계공학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와 무기체계 획득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그는“올 때마다 달라지는 고국의 발전 모습에 가슴이 뿌듯하다”고 마음을 털어 놓았다. 최근 국내의 벤처열풍과 관련해 그는“어떤 의미에서 보면 과학분야의 투자열기가 더욱 높아진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바람직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고 조심스럽게 의중을 밝혔다.
잘생긴 외모와 함께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홍 박사는“앞으로 주변의 여건이 되면 국내에서의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며 “미국이 나의 삶을 살찌게 해 주었다면 한국은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해주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방부산하 국방연구원의 연구원으로 미-이스라엘 국방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던 홍 박사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모형비행기를 만들면서부터 ‘과학자의 꿈’을 키워왔다며 “미래를 짊어질 고국의 과학꿈나무들이 주입식 공부가 아닌 현실과 부합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교육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박사는 국립암연구소에서 근무중인 홍 줄리(32)씨의 오빠로 이번 대회에 유일하게 남매가 나란히 참석했다.
이 문수 (패튼어토니 근무, 지적재산권 변호사)
한참 호기심이 가득했던 9살 때 이민을 가 워싱턴에서 계속 자랐던 이 문수(36)변호사는“한국의 인터넷 열풍은 세계 어느 곳을 다녀봐도 제일 뜨겁다”며“고국의 인터넷 기업이 세계로 진출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의 특허와 관련해 특허청과 국내 로펌인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강의도 한 바 있는 이 변호사는 “한국의 인터넷 기업이 높은 수준의 맨파워를 가지고 있어 향후 성공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하면서 자신은“한국이 인터넷 강국으로 가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회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 “나같이 변호사로 활동하는 경우는 이러한 만남의 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1.5세대들은 대부분 한국적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동포 중엔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애국자가 많다”며 자신도“고국을 위해 꼭 훌륭한 일은 아니더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어릴 적 타임머신과 우주선을 만드는 게 꿈이었고 멸종된 육식동물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말하는 이 변호사는 현재 전자, 소프트웨어 ,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과 관련한 특허권을 취급하고 있다. 오랜 미국생활에도 우리 나라 특유의 겸양이 몸에 배어 있는 그는 워싱턴에 거주하면서 500개 이상의 기업 특허업무를 맡고 있으며 인큐베이팅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임 마크(제록스피씨알 연구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항상 나자신을 자극하며 아이디어도 많이 얻게 됩니다. 기회가 없어 한국말을 못하는데 이번 기회에 많이 배워갈 생각입니다”라고 말하는 임 마크(35)박사는 이민 2세대로 로보틱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인물. 지난 1월 대전의 카이스트에서 로보틱스에 관한 학회가 있어 방문한 이후 한국 방문이 통틀어 세 번째인 임 박사는 “한국문화를 알면 알수록 더욱 재미있고 강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서로의 정보를 교류하고 고국의 훌륭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알찬 기회를 가졌다”며 우리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훤칠한 키에 예리한 눈을 가진 그는“향후 더욱 정교한 로봇 컨트롤시스템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연구 논문은 CNN과 뉴욕 타임즈, CBS, BBC 등 세계 유수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가지고 있는 로보틱스 분야의 특허만 해도 20개가 넘는다. 미국의 유명한 기술잡지 테크놀러지 리뷰매거진은 그를 ‘차세대 청년과학자 10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스탠포드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딴 후 제록스사의 팔로 알토연구소의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우리 나라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에 대해 “어떤 면에서는 선진국을 압도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더욱 크다”며 “발전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부 부작용은 과도기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다니엘(루슨트사 벨연구소 연구원)
이번 대회에서 자신이 만든 로봇 강아지를 선보여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이 다니엘(33)씨. 그는 이번 학술 세미나에서, 그가 만든 로봇 강아지가 낯선 사람과 기계의 신경망에 인식되지 않은 사람을 보았을 때 짖는 장면을 연출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한 몸에 받았다. 이것은 인간의 신경망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만든 로봇 강아지가 사람을 인식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라운 것이다. 그가 7개월에 걸쳐 만든 로봇의 알고리즘은 놀랍게도 일본의 소니사가 7년에 걸쳐 개발해 낸 것이라고 한다.
“언젠가는 인간이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로 하버드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응축 물리학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굴지의 기업인 루슨트사 소속 벨연구소의 연구원인 이 다니엘은 우리말을 전혀 못하지만 자신은 “나의 뿌리는‘한국’이며 우리의 문화에 대해 더욱 깊이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그는“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폭 넓은 의견을 나눌 수 있었고 고국의 문화를 더욱 잘 알고 나 자신의 뿌리를 확고하게 인식하게 되었다”며 이번 대회의 의미를 평가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하키선수로 뛰었던 그는“인사동에서 있은 한국문화체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면서 “언젠가는 나의 작은 힘이 고국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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