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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장영실의 지폐화는 시대적 요구

국내 과학자들이 최근 과학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새로 제작될 10만원권 지폐에 장영실(蔣英實)의 초상을 넣자고 건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면 장영실은 어떤 인물인가?

역사에 따르면 1400년 여름 영남지방에 큰 가뭄이 들어 고을 백성들과 현감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이 때 관청에 소속된 한 노비가 나서 강에서 물을 끌어 올려 논에 물을 대는 장치를 만들었다.

눈부신 업적을 남긴 관노
이 장치로 가뭄을 극복한 현감은 감격해 이 관노(官奴)에게 상을 내렸다. 그후 임금(세종대왕)이 전국에 인재를 모으자 고을의 현감은 이 관노를 추천, 궁으로 올려 보냈다. 입궐한 이 관노는 뛰어난 재주와 능력을 발휘해 노비의 신분을 벗고 종3품의 벼슬자리에까지 오른다.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이 시대로써는 꿈같은 이야기다.

조선시대 과학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세종대왕 때 눈부신 업적을 남긴 관노가 바로 장영실이다. 그는 궁에 근무하며 중국의 선진 문명을 보고 돌아와 우리나라에 맞는 독창적인 발명품을 많이 만들었는데 대표적인 발명품으로는 천체 운행과 그 위치를 측정하는 혼천의, 자동 시보 장치인 자격루, 세계 최초로 강우 측정을 가능하게 했던 측우기, 하천의 범람을 미리 알 수 있도록 한 수표, 그리고 기존 동활자의 단점을 보완한 금속활자인 갑인자 등이 있다.

이는 우리 고유의 과학기술을 통해 제작한 독자적인 발명품으로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측우기는 세계 최초로 발명된 것으로 우리나라 과학사에 매우 의미 있는 것이다.

장영실이 측우기를 발명하기전에도 벼농사를 국가의 기반 산업으로 삼고 있던 시대이므로 강우량 측정하는 방법은 있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비가 내린 후 땅 속 몇 치까지 빗물이 스며들었는지 조사를 해 강우량을 유추한 것으로 토양의 성질에 따라 스며드는 양이 다르고 지역마다 측정하는 토양이 달라 정확한 조사가 어려웠다.

이같은 문제는 측우기의 발명으로 체계적인 강우량 측정이 가능해져 해결되고 결과적으로 과학적인 벼농사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에 비해 서양에서는 1639년 이탈리아의 B. 가스텔리가 처음으로 측우기를 통해 강우량을 측정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프랑스가 1658년, 영국은 이보다 19년 늦은 1677년부터 본격적인 측정을 시작했다. 1442년 측우기를 통해 강우량을 측정한 우리나라는 이탈리아보다 200여년 앞서 과학적인 강우량을 측정한 것이다.

이처럼 위대한 장영실의 업적을 기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는 1991년부터 과학기술의 독창성, 기술적 중요성이 인정되는 제품에 매 주마다 ‘IR52 장영실상’을 수여해 과학자들의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지폐에 장영실의 얼굴을 넣자는 것은 과학에 대한 관심을 국민들에게 주지시키고 출생에 의해 만들어 지던 과거의 신분제도가 요즘 금전에 의해 형성되는 세태에 대해 경고를 주자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화폐란 무엇이고 화폐에는 어떤한 상징과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하나? 화폐는 교환경제사회에서 상품의 교환·유통수단으로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하며 그 시대의 상징성과 예술성 등을 담고 있어야 한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축통화인 미국의 1달러짜리 지폐에는 앞면에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초상이, 뒷면에는 오른쪽에 독수리 문양이, 왼쪽에는 피라미드가 있다. 미국 지폐에 왠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들어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화폐 예술성은 유로화가 으뜸
현재 모양의 1달러 지폐를 만든 인물은 뉴딜정책으로 유명한 프랑크린 루즈벨트대통령이다. 그는 1935년 대공황 때 경제부흥을 바라는 뜻으로 1달러 뒤에 피라미드를 집어넣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피라미드는 옛날 미국 국새(나라 도장)뒷면에 도안됐던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경제적 부와 영원성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 피라미드는 13층의 높이로 잘려져 있고 그 위에 광채를 발하는 눈이 있는 미완성의 모양이다.

그것은 미국이 영구하게 지속적인 경제적 성장을 기원하는 의미다. 1달러짜리 외에 나머지 미국 지폐에는 제퍼슨(2달러)·링컨(5달러)·잭슨(20달러)·그랜트(50달러) 같은 역대 대통령과 초대 재무장관 해밀턴(10달러), 초대 주불대사 프랭클린(100달러) 등이 들어가 있는데 모두 남자 정치인 일색이다.

화폐의 예술성은 2002년부터 공식 통용된 유로화를 으뜸으로 친다. ‘대량 생산된 시각예술품’이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상징성과 조형적 완성도가 높다.

고전 건축양식부터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로코코에 이어 19세기와 20세기의 건축양식까지 유럽의 건축문화를 시대별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물초상은 특정국가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았다.

인물이 들어간 화폐 중에서는 특히 뉴질랜드 달러화가 돋보인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에드먼드 힐러리(5달러), 뉴질랜드 여성들이 세계 최초로 선거권을 얻는 데 앞장선 케이트 셰퍼드(10달러), 마오리족 최초의 뉴질랜드대학 졸업생이자 사회운동가인 아피라나 응가타(50달러), 최초로 외국 유학을 떠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러더퍼드(100달러)가 뉴질랜드 화폐의 얼굴이다. 역사교육을 겸해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처음으로 가는 도전정신과 용기를 강조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가상하다.

호주 달러화처럼 남녀평등의 정신에 철저한 화폐도 있다. 10달러 앞면에는 민요작가인 패터슨, 뒷면에는 여류소설가인 메리 길모어, 20달러 앞면에는 탐험가이자 여성사업가인 메리 라이베이, 뒷면에는 목사인 존 핀이라는 식으로 남자와 여자를 번갈아가며 똑같은 비중으로 배치했다. 유로화 도입으로 없어진 독일 마르크화도 8개 지폐 중 4개에 여성이 등장했었다.

새로 제작될 10만원권
국내 과학자들이 새로 제작될 10만원권 새 지폐에 조선시대 과학자인 장영실의 초상을 올리자고 건의를 한 것은 이같은 면에서도 부합하는 고무적인 일로 정부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은행권에 있는 3명의 인물은 ‘이씨 성(姓)의 조선시대 남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위인들이기는 하지만 인물 소재가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순수 과학기술자로는 거의 유일하게 이름과 업적이 기록으로 남아 있고 관노 출신의 입지전적인 성공담까지 갖춘 장영실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보다 나은 상징적인 인물이 국내에 있는가?

장차 한국의 빌 게이츠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을 위해서도 아비로써 장영실 초상의 지폐화를 기대해 보며 입지전적인 인간 장영실에 대한 존경심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가져 본다.

신충우 한국바이오산업연구소장
* 필자약력 1952년 충북 청원 | 연세대학원 경영학과 | 숭실대학원 전산공학과 | 전자신문 정보산업부 차장 | 한국컴퓨터기자클럽 초대회장/단재(신채호)사관연구소장(현) | 국민일보 경제과학부장/월간 컴퓨터 발행인 | 식품일보 편집국장 | 신아일보 편집국장(현) | u-corea포럼 회장(현)
* 주요저서 컴퓨터상품학 | 21세기 정보사냥 | 실리콘밸리 파워 |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 바람 든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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