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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유발 유전자 규명 활기

의학부문의 신발견
자폐증 유발 유전자 규명 활기
좀처럼 찾아내기 힘든 자폐증 유발 유전자와 그 원인인지 모를 환경요인을 규명하고자 광범위한 새로운 연구 작업이 줄을 잇고 있다


쌍둥이가 태어나 둘 다 정상적으로 발육해나간다. 그런데 첫 돌 무렵이 되자 남자아이 쪽에서 이상 징후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함께 태어난 누이와 시선을 맞추거나 애정을 표현하는 빈도가 줄어드는 가운데 현저한 거리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멍한 표정을 짓거나 특정 퍼즐과 문양에 집착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렇게 나날이 증세가 악화되던 중 세 살 무렵이 되자 마침내 진단이 내려진다. 근래 들어 갑자기 너무 흔해져 버린 병 바로 자폐증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아동 166명 가운데 1명꼴로 걸린다는 자폐증의 발병 원인은 무엇일까? 또한 여아보다 남아에게서 4배나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밀의 실마리가 이제 UCLA 유전학 연구팀에 의해 밝혀지려 한다. 지난 봄 UCLA 연구팀은 자폐증 유전자가 17번 염색체에 위치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문제의 유전자는 남자 구성원 가운데 자폐증 환자가 있는 가족들에게서만 발견됐는데 이는 자폐증이 남성에게서 편향 발생하는 유전적 근거를 암시한다. 이러한 발견 내용을 ‘미국 인간 유전학 저널’에 게재한 연구진은 다음 수순으로 인근에 밀집한 50여 개의 유전자 가운데 문제의 유전자를 찾아내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는 다시 1년 정도가 소요될 만큼 어려운 작업과정이 될 것이다. 위 논문의 공동저자이자 UCLA 데이빗 게펜 의과대학원(David Geffen School of Medicine) 유전학과 교수인 리타 캔터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운이 좋다면 자폐증 증상의 10%는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금번 연구의 추적대상인 유전자가 자폐증과 관련된 수십 개의 유전자 중 1개에 불과하다는 게 연구진의 생각이다. 연구진은 이들 유전자 대다수가 유전적 소인(素因)이 특정 외부요인에 의해 활성화될 경우에만 자폐증 증세를 유발하게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환경적 요인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비록 게놈 해독에 성공하긴 했으나 “인바이롬(envirome 환경 요인)” 부분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상태다. “인바이롬”이란 수태된 순간부터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로 양육방식에서부터 오염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를 망라한다.

자폐증에 있어 이러한 인바이롬의 역할을 밝혀내기 위해 현재 존스 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Bloomberg School of Public Health) 정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윌리엄 이튼 박사는 최근 약 700명의 덴마크 아동을 상대로 한 대규모 연구 진행을 도운 바 있다.

연구 결과 몇 가지 흥미로운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출생 시 체중이나 사회경제적 지위 같은 갖가지 매개변수 가운데서 일정한 흐름을 찾고 있던 연구진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즉 가족 중 정신분열증 환자가 있는 아동 그리고 출생 시 조산이나 역위(逆位) 분만 같은 문제를 겪은 아동일 경우 자폐증 발병률이 현저히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UC데이비스(University of California at Davis)에서는 덴마크의 연구보다 조사범위가 더 광범위한 연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CHARGE, 유전 및 환경으로 인한 아동의 자폐증 발병 위험)’라는 제목의 이 연구는 유전자에서부터 수은 노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인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목적으로 한다. 이에 대해 UC데이비스의 독물학과 교수이자 동대부속 아동환경보건센터 소장인 아이작 페사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결코 자폐증 유발의 직접적 원인을 단번에 찾아내려는 게 아니다.”

연구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정리하던 중 마침내 한 가지 패턴이 발견됐다. 자폐아의 혈액 샘플에 포함된 일부 단백질과 대사물질, 면역체계 구성물질이 정상 아동의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연구 결과가 지난 5월 보스턴에서 개최된 ‘국제 자폐증 연구회의’에서 발표됨에 따라 자폐증 진단을 위한 신생아 대상의 혈액 검사도 사상 최초로 실현 가능성을 띠게 됐다. 신생아 혈액 검사만 가능해진다면 일반적 증상이 외부로 발현되기 훨씬 전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페사 박사는 자폐증의 발병원인이 정말 유전적 요인과 외부요인의 복잡다단한 상호작용에 있을 경우를 전제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단기적 관점에서 볼 때 유생분자 차원에서 문제의 DNA를 찾아내 변형시키는 고난도 작업 쪽보다는 환경 측면의 문제 해결 쪽으로 접근하는 편이 한결 수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페사 박사는 “내 생전에 유전자 개입 해법이 실제로 사용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박사는 복잡성 면에서 자폐증에 버금갈 만한 질환은 단 하나뿐이라고 지적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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