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우주탐사 발목 잡는 인공위성 충돌, 그리고 우주쓰레기

우주공간에서 인공위성이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4차례의 충돌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이는 소진된 로켓이나 위성 부품 간 충돌이었을 뿐 온전한 위성이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지구 궤도에는 3,000대, 그리고 발사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군사위성이나 특수위성까지 합해 무려 6,600대의 위성이 떠다니고 있다. 특히 위성 및 우주선과 충돌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우주쓰레기는 350만개에 이르고 있다.

위성 간 충돌을 막으려면 모든 위성의 위치를 파악한 후 궤도를 바꿔야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우주쓰레기에 대해서는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돌 위험성이 있는 위성과 우주쓰레기가 인류의 우주탐사에 발목을 잡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10일 16시 56분. 시베리아 타이 미르 반도 789km 상공에서 거대한 파 편구름이 생성됐다. 미국 이리듐사의 통신 위성인 이리듐 33호와 러시아의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가 충돌한 것.

지금까지 지구 궤도상에서 우주 물체 간 충돌이 일어난 것은 모두 4차례. 하지만 이들 충돌은 모두 소진된 로켓이나 소형 인공위성 의 부품 사이에서 일어난 미미한 것으로 온전 한 위성끼리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리듐 33호는 발사된 지 12년 된 위성으 로 전 세계 25만명의 이용자에게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66개의 이리듐 위성 네 트워크 중 하나. 그리고 코스모스 2251호는 오래전에 작동이 정지된 상태였다.

이리듐 33호와 코스모스 2251호의 무게는 각각 500kg과 900kg. 사고 직후 지상의 군 레이더가 파편들의 궤도 추적에 들어갔지 만 정확한 숫자와 위치는 아직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위성 간 충돌은 당장 국제우주정거장 (ISS)과 이곳에 탑승해 있는 우주비행사들에 게 위협이 된다.

파편들이 충돌 현장보다 낮 은 궤도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 장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 궤도를 비행하는 모든 물체는 초속 8km 이상의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위성의 파편이 아무리 작다고 해도 그것과 충돌하는 물체에 가해지는 충격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길이가 1cm만 넘더라도 여타 위성, 우주선 등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지구 궤도에 산탄총을 쏜 것 같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특히 자체적인 궤도 조절 능력이 없는 위성들에게는 더욱 위험하다.

고도 685km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우리나라의 저궤도 위성 아리랑 2호도 이번 충돌 사고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태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미 위성 간 충돌 위험 을 경험했던 상태다. 지난해 9월 25일 22시경 우주상공 650km에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던 과학기술위성 1호가 불과 431m의 거리를 두고 미국의 군사위성과 교차 통과한 것.

초속 8km 이상으로 비행하는 위성들이 431m의 거리를 두고 교차 통과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매우 드문 일이지만 바로 그 같은 희귀 상황이 우리에게 벌어진 것이다. 위성 충돌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셈이다.

예견된 사고, 위성 충돌

인공위성(人工衛星)이란 지구 둘레를 공전 하는 인공적인 물체를 말한다. 비행하는 궤도의 고도에 따라 정지위성과 이동위성으로 나뉜다. 또한 사용 목적에 따라 통신위성, 방송위성, 기상위성, 과학위성, 항행위성, 지구관측위성, 기술개발위성, 군사위성 등으로 분류된다.

지난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구 (舊)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이래 인류가 쏘아올린 위성의 수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 약 3,000대. 여기에 발사 사실이 공개되지 않는 군사위성이나 여러 가지 특수 위성까지 합하면 6,600대 이상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데 이 중 상당수가 수명이 다해 기능 이 정지된 상태다. 이번에 이리듐 33호와 충돌한 코스모스 2251호도 외관은 멀쩡했지만 기능은 오래 전에 정지된 위성이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위성의 상당수가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지구 궤도를 비행하고 있는 것은 위성만이 아니다.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사용된 로켓의 잔해, 수명이 다한 위성의 파편도 함께 우주공간을 떠다니고 있다. 이처럼 사용가치는 없지만 우주공간을 날아다니는 물체를 우주쓰레기라고 한다.

현재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약 350만개 이상의 우주쓰레기가 지구 궤도를 떠돌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초속 8km 이상으로 날고 있는 위성이나 우주쓰레기가 여타 위성이나 우주선에 부딪힐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 1983년 7월 발사됐던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와 지난 1980년 발사된 태양관측위성 솔라맥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챌린저호는 지구 궤도 비행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가 조종사석 유리창에 충돌, 5mm의 파공이 생겼다.

이 때문에 지구로 귀환한 후 대대적인 수리를 해야 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챌린저호의 조종석 유리창을 깨먹은 주범은 볼트도 너트도 아닌 조그마한 페인트 조각이었다. 일견 우습게 보이는 페인트 조각도 우주공간에서는 이렇게 흉기로 돌변하는 것이다.

만일 페인트 조각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크고 견고한 물체에 부딪쳤더라면 챌린저호는 공중 분해됐을 것이다. 솔라맥스 역시 발사 후 수개월 만에 우주 쓰레기와 충돌, 기능 고장을 일으켰다. 지난 2003년 추락한 미국의 우주왕복선 콜럼비아호의 사고원인 역시 우주쓰레기와의 충돌이었을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위성 발사가 활발해진 지난 10여 년간 우주쓰레기의 양은 위성 과 우주선의 안전운항을 위협할 만큼 많아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심지어 구(舊) 소련은 유사시 미국의 군사위성을 요격하기 위해 자 국의 위성으로 충돌 공격을 펼치거나 우주쓰레기를 살포해 충돌을 유도하는 방안도 연구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위성 충돌은 진작부터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된 사고였던 셈이다.

우려되는 우주감시체계

우주공간에서 위성 간, 혹은 위성과 우주쓰 레기 사이의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 을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궤도 및 위치를 파악한 후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위성의 궤도를 바꿔주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현재 위성과 우주쓰레기 문제를 가장 많이 파악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미 국방부는 우주 물체에 대해 가장 충실한 목록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미 국방부는 광학망원경과 레이더를 통해 위성은 물론 길이 10cm 이상의 우주쓰레기 1만8,000개를 추적하고 있다.

미 공군은 이들 우주 물체의 궤도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 같은 정보 중 상당수는 ‘space-track.org’라는 웹사이트에도 공개 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능력을 갖춘 미국도 인력 과 전산능력 부족으로 모든 위성에 대한 충돌 가능성을 계산해 내기 어려운 상태다.

이 때문에 군사위성 등 주요 위성과 국제 우주정 거장, 우주왕복선 등의 충돌 위험성만 계산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계산을 통해 가까 운 장래에 충돌 위험이 있을 경우 위성 운용자들에게 경고를 보낸다.



하지만 위성의 충돌 가능성을 모두 계산 해 내지 못하는 것에 앞서 위성의 궤도와 위치를 정확하게 산출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일반적으로 지구 주위를 도는 물체의 궤도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계속 변한다.

지구 대기의 저항은 물론 태양, 달, 지구 등의 인력이 위성의 궤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위성 충돌 사고가 난 궤도의 경우에도 미약 하지만 대기의 저항이 있었다. 미국은 이 같은 우주 환경을 모델화해 위성 궤도 산출에 이용하고 있지만 항공우주문제 분석가들은 미국 정부가 공개한 자료로는 두 물체간의 충돌 가능성을 정확히 예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리듐사의 위성 충돌 위험을 계산해 온 항공우주문제 분석가 T. S. 켈소가 충돌 예측 프로그램을 사용해 이번 사고를 일으킨 두 위성의 궤도를 소급 분석해본 결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대로라면 584m의 거리를 두고 지나쳤어야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계산을 통해 수km의 거리를 두고 지나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충돌 위험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위성을 직접 운용하는 측에서는 이 같은 충돌을 예고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있다.

위성을 운영하는 측에 서는 보유한 위성과 언제든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다른 위성 운용자와 정보 공유가 돼있지 않을 경우 충돌을 막기는 힘들다. 마치 GPS 내비게이션이 달려있어 자신의 위치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지만 창문이 모두 막혀 있어 다른 자동차가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는 경우와 같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위성의 궤도 및 위치 정보를 공유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각국이 운용 중인 위성 중에는 첩보위성 등 발사나 보유 사실 자체를 비밀로 하는 위성이 상당수에 이른다.

단순히 사고를 막는 다는 명분으로 이런 위성의 궤도와 위치 정보를 공개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만일 이 같은 정보를 공개할 경우 적국이 위성의 임무 와 목적을 추론해 내고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어느 국가든 국익을 위해 비싼 돈을 들여 발사한 위성이 무용지물이 되는 사태는 막고 싶을 것이다. 특히 위성 간 충돌을 막으려고 궤도를 바꿨다가 또 다른 장애물에 충돌할 위험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위성 충돌 방지를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독자적인 우주감시체계가 없다. 모든 정보를 미국의 북미항공우주 방위군이 공개한 ‘투 라인 엘리먼트’에 의존해야 한다.

투 라인 엘리먼트란 NASA와 북미항공우주방위군이 측정해 발표하는 위성의 움직임 및 궤도를 수치화한 자료로 숫자가 두 줄로 나오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게도 모든 위성과 우주쓰레기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

독자적인 위성 및 우주쓰레기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한 우리 나라의 위성도 충돌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는 없다.

전자기 사슬 등 미래의 대책

위성이 다른 물체와 충돌해 손실되면 무엇보다 현대인의 일상생활이 무척이나 힘들어지게 된다. 이미 우주공간으로부터 많은 것을 의존하는 현대생활에서 위성의 손실은 여러 경로 의 부작용을 낳는다.

우리 주변의 상당수가 위성의 힘을 빌려 만들어지거나 운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어스와 같은 지도 서비스, 위성 중계를 이용한 통신 및 방송 서비스, 위성을 이용한 GPS 서비스, 그리고 과학위성을 이용한 각종 관측 및 탐사 서비스 등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심지어 지난 이라크 전쟁에서는 위성을 통해 얻은 정보가 승패를 결정지었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피해는 무엇일까.

작게는 위성 그 자체, 그리고 그 파편에 따른 2차 피해가 불가피하다. 파편이 우주선이나 여객기에 충돌할 경우 막대한 인명손실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낙하한 위성 파편에 사람이 다친 사고가 있었으며, 2006년에는 대기권에 재돌입해 추락하던 러시아 위성이 여객기와 충돌할 위기에 처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만일 230톤 규모의 국제우주정거장이 우주쓰레기와 충돌, 파편이 여기저기 떨어진다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재앙이 따로 없을 것이다. 또한 공상과학(SF) 소설 ‘괴기 식물 트리피드’에도 나오듯이 어느 나라의 비밀 위성 병기가 우주쓰레기를 맞고 오작동을 일으켜 지구를 공격할지도 모른다.

이 같은 사태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위성 및 우주쓰레기의 궤도 와 위치를 파악해 충돌 위험을 산출하기만 하는 것은 불완전한 방법이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위성의 위치 정보 공유와 함께 우주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우주쓰레기도 소거해야 한 다. 이를 위해 선진국들은 현재 다양한 방법을 연구중이다. 지구에 떨어질 경우 큰 피해를 입히는 우주정거장 같은 경우 인공적으로 궤도를 조 절해 안전한 해역에 떨어지게 할 수 있다.

또한 새로 발사되는 모든 위성에 전자기 사슬을 부착해 수명이 다 되면 자동적으로 대기권에 재돌입시켜 소각시키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레이저 빗자루와 우주 플라이페이퍼도 우주쓰레기를 소거하기 위해 연구되고 있는 방안이다.

레이저 빗자루의 경우는 크기가 너무 작 아서 전자기 사슬을 활용할 수 없는 우주쓰레기에 쓰인다. 원리는 우주쓰레기에 레이저를 발사, 궤도를 변경시킨 다음 대기권으로 재진입하게 해 불태우는 것.

우주 플라이페이퍼는 탄력 있는 소재로 만든 800m 직경의 막이다. 우주쓰레기가 여기에 부딪히면 운동에너지가 감소돼 급속히 고도가 낮아지는 것은 물론 궤도 역시 변경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처리방법에는 많은 비용 이 소모되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주쓰레기 처리에 사용한 장비가 또 다른 우주쓰레기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인간이 우주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 지도 벌써 반세기가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위성과 우주쓰레기는 이제 우주탐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류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주 공간은 우리에게 오히려 위협이 될 것이다. 이번 위성 충돌은 그 같은 위협의 서곡인지도 모른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