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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비만치료제를 찾아서

[집중해부 : 비만의 원인과 치료] PART 3: MEDICINE

비만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비만치료제로 인정받은 약품은 겨우 두 종류뿐이다. 그나마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비만치료제를 만들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몸이 기아(飢餓)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지만 비만에 대한 대비는 거의 없는 상태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기아는 최근까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던 가장 큰 문제였다.

최근 호르몬 요법이 미래의 비만치료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꾸만 먹어대라는 두뇌의 지시를 그나마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마법의 비만치료제는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까.

프랑스계 제약회사 사노피 아벤티스의 비만치료제 리모나반트 (rimonabant)는 한때 ‘마법의 약’으로 불리며 미래가 약속된 것처럼 보였다. 지난 2006년 아콤플리아라는 이름으로 유럽에 상륙했을 때 사람들은 이 약품이 비만치료는 물론 금연과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사노피 아벤티스의 중역들은 이 약 품의 매출이 한 달에 10억 달러에 이르는 화이자의 콜레스테롤 치료제 리피토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에서는 지물티라는 이름으로 시판될 예정이었지만 안그래도 심각한 비만환자들의 불안, 우울증, 자살충동을 높인다는 이유로 판매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가을 3만6,000명의 비만환자를 대상 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5명이 자살을 기도하자 사노피 아벤티스는 이 약품의 시판을 중단했다. 그리고는 최종 실험단계에 들어간 머크와 화이자의 유사품에 대해서도 안정성 의문을 제기했다.

제약회사에 투자하는 미라보증권의 산업분석가 닉 터너는 “이런 종류의 약품은 완전히 끝장났다”고 말할 정도다. 의사들은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몇 안되는 치료방법만 가지고 과체중에 시달리는 미국 인구의 3분의 2를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비만상태에 있는 미국 인구 3분의 1의 처지는 더욱 어렵게 됐다. 비만이란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경우를 말하는데, 당뇨병·심장병·뇌졸중·암 같이 치사율이 높은 질병에 걸리게 하기 쉽다. 식사조절이나 고도의 비만환자를 위한 위 절제시술 같은 것을 제외하면 장기적인 비만치료제는 식욕억제제와 지방차단제 2가지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약품을 복용하지 않으면 몸무게는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중추신경 흥분제 암페타민과 유사한 식욕억제제 시부트라민은 중독성이 없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더욱 높일 위험성이 있다.

지방차단제 올리스타트 역시 의사들이 ‘긴급 배변’이라고 부르는 상태, 즉 설사를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이 2가지 비만치료제 모두 그리 많은 살을 빼주지도 못한다. 이 때문인지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대사의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스티브 블룸은 “어딜 봐도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속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살을 빼기 는 힘든 일이다. 또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비만치료제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건강을 개선하고 몸의 선을 바꿀 만큼 살을 빼 줄 여러 가지 약품들이 시험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 약품들은 다양한 방식을 이용해 식욕을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한 가지 약품이 아닌 여러 종류의 약품을 혼합해서 먹는 것이 체중감량 및 유지에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 라호야에 있는 스크립스 클리닉센터의 영양대사연구 책임자인 후지오카 켄은 “미래에는 다양한 약품을 사용해 다양한 식욕경로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심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이런 약품의 연구는 아직까지 피험자가 수백 명 정도인 소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이면에 있을 지도 모르는 위험한 부작용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규모다. 따라서 어떤것이 제일 좋은지 현재로서는 판별할 수 없다.

본능과 의지의 싸움

인간의 몸은 기아(飢餓)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량을 축적하도록 설계돼 있다. 기아는 극히 최근까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던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뇌는 경보를 울려 덜 먹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무시한다.

하지만 칼로리 높은 식품이 넘쳐나는 현대의 산업사회에서 열량을 축적하려는 이런 생물학적 기제는 쓸모없는 이중 안전장치일 뿐이다. 현 대의 환경과 인간의 몸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과체중인 사람이 너무나 흔해졌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현재 4억 명인 비만인구가 2015년이 되면 7억 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본능과 의지가 싸우면 누가 이길 것인가. 뉴저지 주 이스트 오렌지의 버지니아 메디컬센터의 비만연구자 겸 신경학자 배리 레빈은 이렇게 말한다.

“몸이 비만해져도 뇌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게 문제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비만도와는 상관없이 에너지를 축적하기 시작합니다. 뇌에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니까요. 인간의 뇌는 현대 산업사회처럼 비만이 문제되는 상황은 생각지도 못합니다.”







우리 사회는 비만인 사람들을 패배자 취급하지만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비만인 사람들은 그 자체로 엄청난 성공자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천적인 생존체계를 무시할 수 있을까. 실패한 비만치료제 리모나반트는 욕구가 충족되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호를 차단해 그런 효과를 얻으려고 했다.

이 신호는 식욕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보상체계다.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이 신호는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호르몬을 통해 전달되는데, 마치 마리화나와도 같이 사람들을 오전 3시에 멕시코 요리 패스트푸드점인 타코벨로 인도한다.

이 같은 메커니즘을 역이용하면 식욕을 조절하고, 식사량을 줄일 수 있는 약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리모나반트 같은 약품은 엔도카나비노이드의 긍정적인 효과 까지 빼앗아가 버린다. 식욕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분위기 또한 위험할 정도로 침울하게 몰아가는 것. 리버풀 대학의 심리학자이자 식습관 전문가인 제이슨 핼포드는 “보상체계는 식욕뿐 아니라 기쁨, 섹스, 행복과도 연관돼 있다”며 “다이어트 약은 이중 식욕만을 억제해야지 다른 것까지 억제했다가는 큰 일이 난다”고 말한다.

엔도카나비노이드 수용기는 몸 전체에 수백만 개가 퍼져 있다. 이 수용기는 척수에도 있고, 지방세포에도 있으며, 뇌와 기타 장기에도 있다. 그런 만큼 이것을 억제하다가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도 핼포드가 보기에는 당연한 일일 뿐이다.

임페리얼 칼리지의 대사의학과 학과장인 스티브 블룸은 이 수용기 들을 억제하는 행위에 대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널리 퍼진 수용기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작용 줄인 테소펜진

덴마크의 연구자들은 최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신경호르몬(신경전달물질)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이런 실험적 요법을 적용해본 결과 자연스러운 체중감량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종류, 먹는 시간, 먹는 양 등은 복잡한 세포 연 결망의 통제를 받는다. 이 같은 피드백 시스템의 중추는 시상하부, 즉 뇌의 식욕조절센터에 있다. 이 식욕조절센터는 뇌의 다른 영역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몸에서 오는 신호, 예를 들면 위·췌장·간 등에서 나오는 호르몬과 조율해 식욕의 억제 또는 촉진을 조절한다.

신경호르몬은 이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덴마크의 생명 공학업체 뉴로서치가 개발한 테소펜진(tesofensine)이라는 약품은 3가지 신경호르몬의 수치를 높인다. 세로토닌이 식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수십 년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식욕억제제 시부 트라민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약품의 체중감량 효과는 4% 뿐이다. 이 결과를 보면 인간의 생존반응을 자극 하지 않고 체중을 줄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사신경회로 연구의 권위자인 레빈은 이렇게 되묻는다. “축적된 에너지가 적을 경우 에너지를 흡수하는 기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에너지 흡수가 확실히 이루어지게 많은 중복시스템을 설치해야 할 것입니다. 한 시스템을 막더라도 다른 시스템은 작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테소펜진에서 희망적인 것은 신경호르몬인 도파민이 이 같은 중복시스템 중 일부를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초기에는 그 효과가 예상보다 신속히 나타난다는 것.

연구자들은 203명의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운동과 식이요법은 물론 다양한 양의 테소펜진을 투여한 환자, 그리고 운동과 식이 요법만 실시한 환자를 비교해 보았다. 여기에서 운동과 식이요법은 위약(僞藥), 즉 플라시보의 역할을 한다. 6개월이 지난 후 테소펜진을 투여 받은 환자는 운동과 식이요법만 받은 환자에 비해 체중이 훨씬 많이 감량됐다.

테소펜진을 최대량으로 투여 받은 환자는 12.6%의 체중을 감량했는데, 이는 운동과 식이요법만 받은 환자의 체중 감량률 2%에 비해 6배 이상 많은 것이다. 테소펜진 효과에서 운동과 식이요법의 효과를 빼더라도 10.6%의 체중 감량률이 나온다. 이는 식욕억제제 시부트라민의 2배가 넘는 것이며, 마법의 약으로 알려졌던 리모나반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다.

테소펜진을 투여 받은 환자들의 평균 체중 감소량은 10.4kg 이었다. 비만협회의 전 회장 루이스 아론은 테소펜진 실험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이 결과를 매우 흥미로워했다. 시부트라민과 마찬가지로 테소펜진 역시 심박수를 분당 5~9회 가량 더 늘린다. 이는 경우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테소펜진이 시부트라민과 다른 점은 보통의 투여량을 투여 했을 때 플라시보 효과까지 포함해 평균 11.2%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이 는 반면 혈압은 상승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심장병 위험이 높았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다.



물론 입안의 건조감, 메스꺼움, 변비, 설사, 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하지만 우울증을 악화시키지는 않았다.

“몸이 비만해져도 뇌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게 문제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비만도와는 상관없이 에너지를 축적하기 시작합니다. 뇌에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니까요. 인간의 뇌는 현대 산업사회처럼 비만이 문제되는 상황은 생각지도 못합니다.”

몸에 배부르다는 느낌을 주는 신호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위 절제수술을 받은 것 같은 효과를 장기적으로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연구진이 사노피 아벤티스의 리모나반트 실험 때와 달리 불안, 우울증 전력이 있는 사람을 실험에서 제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에게 이 약품을 적용해도 드러나지 않았던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이 실험은 소수의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1년 동안 실험해 그 외의 부작용이 없는지 알아내야 한다. 현재 더욱 큰 규모의 제3단계 실험이 진행 중이다. 다만 이 같은 신경호르몬이 엔도카나비노이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심리학자이 자 식습관 전문가인 핼포드는 이렇게 주의를 주고 있다. “이 약품을 먹은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꼭 알고 싶습니다. 이 약품이 식욕에만 영향을 미친다면 깜짝 놀랄 일입니다.”

약물 결합 효과 큰 엠파틱

제약회사 오렉시겐 테라퓨틱스의 엠파틱(empatic)이 식욕 이외의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엠파틱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던 두 가지 약품을 하나로 결합해 특허까지 받은 일종의 복합약물이다. 즉 금연보조제인 부프로피온과 간질 약품인 조니사미드를 결합한 것.

지난 1997년 금연보조제로 승인받은 부프로피온에 체중감량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우연히 밝혀졌다. 조니 사미드의 체중감량 효과 역시 간질환자들에 대한 초기시험에서 나타났지만 당시에는 결점으로 치부됐었다.

부프로피온은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 또한 조니사미드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수치를 증가시킨다. 두 약품은 각각 체중감량 효과가 있지만 6개월 후에는 체중감량이 멈추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만치료 효과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조니사미드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증가시키기는 하지만 작용원리나 뇌에 미치는 효과를 완벽히 아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두 가지 약품을 합치면 단일 약품보다 더 강한 효과가 나는 것은 이 두 약품이 어느 정도 보완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엠파틱의 효능에 대한 정설은 이 약품이 식욕과 에너지 소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 내의 상호경로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약품의 성분 일부가 식욕감소 신호를 보내는 뉴런을 자극하고, 또한 일부는 에너지 비축량이 줄어들 때 경보를 보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페닝턴 생물의학연구센터의 외래환자 클리닉 원장이자 내분비 학자인 프랭크 그린웨이는 “엠파틱은 신체의 체중감소 방지 기능을 막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앞서 오렉시겐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가을 비만협회 연례 회의에서 1년 규모의 제2단계 실험 때 가장 많은 양의 엠파틱을 투여 받은 피험자들은 14%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136kg 몸무게의 환자가 19kg을 감량했다는 것인데, 정작 놀라운 것은 이게 아니다. 이 약품은 환자의 분위기와 에너지 레벨, 콜레스테롤, 혈압을 개선하고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 또한 낮추었다. 이미 당뇨병을 앓고 있던 환자들도 체중이 감소됨에 따라 당뇨병 증세가 완화됐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볼 때 어지럼증, 졸림, 두통 등 조니사미드의 부작용은 봐줄만할지도 모른다. 우울증이나 불안이 나타났다는 보고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3단계 실험에서 비슷한 수치가 나오더라도 리모나반트의 전철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완벽히 알지 못한 채 뇌의 감정조절경로를 함부로 건드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 특히 약물을 이용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고 필라델피아의 모넬 화학감각센터 부대표인 행동심리학자 마크 프리드먼은 말한다. 그는 대형 제약회사들이 만들고 있는 비만치료제에 대해 “그것은 근시를 고치기 위해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 대신 시신경으로부터 흥분을 받아들이는 시각령(視覺領)을 직접 치료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얘기”라고 말한다.

그는 뇌를 손볼 것이 아니라 식욕심리를 조절하는 호르몬과 신경통로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몸에 배부르다는 느낌을 주는 신호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위 절제수술을 받은 것 같은 효과를 장기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비만치료법 중 당뇨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며, 심장질환과 암 발생률을 낮추는 것으로 입증된 유일한 요법이다. 이 때문에 여러 제약회사에서는 이 같은 효과를 내는 약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렙틴과 아밀린을 통한 치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중 증가를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몸에서는 먹으라는 신호밖에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용을 일으키는 주된 물질은 렙틴이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만드는 호르몬으로 현재 예비 에너지가 얼마만큼 있는지 뇌에 알린다.

렙틴 수치가 떨어지면 두뇌는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음식을 찾아 헤매게 된다. 반면 렙틴 수치가 높아지면 뇌는 만복감을 느끼게 된다. 지난 1994년 렙틴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이 호르몬을 비만치료의 주요 무기로 생각했다. 렙틴 수치를 높이기만 하면 덜 먹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요법은 유전적으로 렙틴 결핍증을 앓는 비만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 유전적으로 이상이 없는 성인 비만환자의 경우 이미 충분한 렙틴을 가지고 있어 쓸데없이 순환시킨다는 것이 추가연구로 밝혀졌다. 지방세포가 너무 많은 렙틴을 보내면 뇌가 렙틴 신호에 대해 내성을 갖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뇌는 렙틴이 많을 때는 가만히 있지만 다이어트를 한다거나 해 서 렙틴이 부족해지면 난리를 치는 데, 이는 우리 몸이 기아는 잘 막지 만 비만에는 대비가 소홀하다는 또 다른 증거다. 렙틴의 역할 중 최악인 것은 10%의 체중이 줄어들 경우 대사가 느려져 에너지를 비축하게 하고, 지방의 산화작용도 줄어들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근육의 힘이 40%나 떨어지며, 칼로리 소모도 줄어든다. 비만협회의 전 회장 아론은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면 배부르다는 감각도 잃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이중고”라고 말한다. 그래서 몸은 에너지를 덜 원하는데도 많이 먹게 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대책은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제약 회사 아밀린 파마슈티컬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이 회사는 합성렙틴인 메트리렙틴(metreleptin)과 합성 아밀린인 프람린타이드(pramlintide)를 결합해 식욕을 억제한다. 아밀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메트리렙틴은 식후 만복 신호를 오랫동안 내보내고, 프람린타이드는 짧게 내보낸다. 즉 프람린타이드는 매 식사 때마다 너무 많은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고, 메 트리렙틴은 낮은 렙틴 수치에도 뇌가 패닉을 일으키지 않도록 적응시켜 장기적인 식욕 감퇴를 불러오는 것이다.

아밀린 파마슈티컬의 과학자들은 이 방법이 뇌의 렙틴 내성을 이겨 내는 원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 효과는 이미 증명됐다. 6개월간 의 실험 끝에 피험자들은 12.7%의 체중을 감량한 것. 스크립스 클리닉센터의 영양대사연구 책임자인 후지오카 켄이 말했듯이 약품이 몸의 어디로 가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아야 안심이 되 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뇌로 가는 신호에 간섭하는 것이 뇌 내에서 뭔가를 조작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언급된 테소펜진, 엠파틱, 메트리렙틴, 프람린타이드 등의 호르몬 요법 외에 여러 가지 다양한 치료법이 실험 중에 있다.

수많은 실험을 통해 여러 가지 호르몬을 미래의 비만치료제로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단점은 없을까. 메스꺼움을 빼면 아마도 주사바늘이 가장 큰 단점이 될 것이다. 호르몬은 주사로 투여해야 한다. 아밀린 파마슈티컬에서 개발한 약품의 경우 하루에 2회 주사해야 한다.





알약으로 만들면 위에서 소화돼 버리기 때문이다. 당뇨병에 걸린 비만환자들은 혼자 주사 놓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매일 주사를 맞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덴마크 회사 노보 노르디스크의 연구자인 커스틴 론은 리라그루티 드라는 당뇨병 약을 개발 중이다.

이 약은 비만치료 효과도 있다. 그는 주사바늘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한다. “우리는 비만환자들을 주사로 치료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 만 그들은 살을 빼려면 무엇이든 할 겁니다. 우리 회사가 실험에 참가할 피험자를 모은다는 신문 광고를 내자 수많은 사람들이 건물 밖에까지 긴 줄을 섰습니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는 불충분

비만으로 고생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비만이 질병이며 결코 나약함의 상징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으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불과 얼마 전에만 해도 콜레스테롤 치료법은 처방이 아닌 조언의 영역에 속해 ‘생활 습관을 바꿔라’, ‘계란과 버터를 끊고 포화지방을 섭취하지 마라’ 등의 말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런 조언도 콜레스테롤 치료제인 스태틴보다 강한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다시 말해 인명을 구하는 것은 바로 콜레스테롤 약품이라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운동과 식이요법 역시 체중 감량에 중요한 요소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그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리모나반트가 일으킨 다이어트약 열풍을 타고 나타난 호르몬 요법은 가장 큰 가능성과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

아마 호르몬 신호는 인간의 깊은 본능을 억제할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심리학자 핼포드가 말했듯이 비만에 관련된 신체 메커니즘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정말로 복잡다단한 문제다. 그는 이 문제를 몸소 체험한 사람이다.

그의 키는 170cm이지만 체중은 80kg이나 나간다. 표준 체중보다 약 9kg 무겁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 같은 경우는 과도한 알코올 섭취가 비만의 원인입니다. 술의 열량이 몸에 고스란히 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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