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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 레이저

올 가을 미국의 국가점화시설(NIF)이 완공됨에 따라 국가점화시설의 핵심인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 레이저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레이저 핵융합은 100㎛ 크기의 핵융합 연료에 고밀도·고에너지의 레이저빔을 집중시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핵융합 레이저를 통한 에너지 생산이 성공하면 무궁무진한 청정에너지의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공급 패러다임이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광원(光源)은 다양한 파장의 빛을 방출한다. 하지만 빛이 전파돼 나가면서 퍼지게 되기 때문에 광원에서 멀어지면 빛의 세기가 점점 약해진다. 이는 광원에서 나오는 원자가 파장, 위상,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빛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반면 레이저빔은 성질이 다르다. 레이저빔은 세기가 강하고, 한 가지 색을 띠며, 지름의 변화가 거의 없이 멀리까지 전달된다. 한마디로 파장, 위상, 방향이 일정한 것. 레이저는 바로 이 같은 레이저빔을 방출하는 광학기기를 말한다. 레이저빔의 성질을 쉬운 예로 알아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며 놀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햇빛을 한 점에 집중하면 종이를 태울 정도의 에너지가 생긴다. 그런데 레이저빔의 경우 햇빛에 비해 단위 면적당 얻어지는 에너지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햇빛은 직경 1,000분의 1㎜ 크기에 집광(集光)시키는 것이 어렵지만 레이저빔이라면 그것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1㎽ 출력의 레이저빔이라도 단위 면적당으로는 햇빛의 100만 배에 달하는 고밀도 에너지가 된다. 1㎽라면 꼬마전구를 켤 수 있는 것보다 더욱 작은 출력이다.

이렇게 되면 종이를 태우는 정도가 아니라 출력 여하에 따라서는 사람을 살상할 능력까지 지니게 된다. 레이저빔이 살인광선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을 얻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 같은 레이저빔의 강력한 에너지 때문에 레이저는 핵융합·의료·계측·광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올 가을 완공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모어의 국가점화시설(NIF) 역시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 시설이다.

현재 연구실 차원에서 핵융합을 실현하는 대표적 기술로는 토카막 방식과 레이저 핵융합 방식이 있다. 이 가운데 토카막 방식은 초전도 자석 등의 자기장을 이용해 1억℃ 안팎의 플라즈마를 가둬놓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핵융합이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레이저 핵융합은 100㎛(1㎛=100만분의 1m) 크기의 핵융합 연료에 레이저빔을 집중시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최근에는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 2메가줄(MJ) 이상의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중심점화(Central Spark)에서 소규모의 레이저 에너지로 핵융합을 일으키는 고속점화(Fast Ignition)로 빠른 기술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식축구장 3배 크기인 국가점화시설의 핵융합 레이저는 192개의 독립적인 레이저빔을 방출한다. 그리고 이 레이저빔들은 1,000분의 1초 안에 300m 거리에 있는, 연필 뒤에 달린 지우개만한 목표물에 동시에 투사돼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과학자들은 이 레이저빔을 1초에 여러 번씩 쏠 수 있게 되면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하루에 몇 번 쏘는 정도다. 핵

융합은 에너지 자원의 ‘성배’로 간주되기 때문에 핵융합 레이저를 통한 에너지 생산이 이뤄지면 에너지 공급 패러다임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핵융합과 관련한 50년간의 연구가 실질적 성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국가점화시설 프로젝트는 지난 1990년대 초 시작돼 1997년 착공이 이루어졌으며, 올 가을 완공되면 12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국가점화시설의 핵융합 레이저는 종전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던 로체스터 대학의 레이저보다 60~70배 큰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총 35억 달러가 들어간 국가점화시설의 핵융합 레이저는 각종 물리학 실험은 물론 노후해가는 핵무기의 신뢰도를 검증하는데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그동안 노후한 핵무기가 사용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하 핵실험을 수행했었다.









핵융합 레이저의 작동 메커니즘

레이저빔은 마스터 발진기 속에서 에너지가 낮은 적외선 펄스로 시작한다. 이 적외선 펄스의 에너지는 몇 나노 줄(J)인데, 이는 무설탕 껌이 가진 에너지의 1조분의 1도 안 된다.

빔 분열기가 레이저빔을 48개로 나눈다. 광섬유 케이블이 이 레이저빔을 증폭 이전 모듈로 나르는데, 여기서 각 레이저빔을 100억 배로 증폭시켜 몇 줄의 힘을 갖게 한다. 이 레이저빔들은 출력 증폭기로 들어가기 전에 다시 192개로 분열된다.

레이저빔은 출력 증폭기 및 메인 증폭기로 들어간다. 이 증폭기들은 네오디뮴을 바른 유리로 돼 있다. 고출력 램프에서 나온 빛이 네오디뮴 원자를 자극하면 그 에너지가 레이저 빔에 전달되는 것. 192개의 레이저빔이 하나당 2만1,000 줄의 에너지를 갖게 되기 때문에 총 400만 줄의 에너지를 보유한 적외선 레이저빔이 생기게 된다.

반사경으로 레이저빔들의 방향을 조절, 이 레이저빔들이 점화 챔버 안에 동시에 겹쳐지게 한다. 점화 챔버의 중앙에는 홀라움이라는 표적이 있다. 홀라움은 연필 뒤에 달린 지우개만한 크기의 금속제 실린더로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 연료 캡슐이 들어있다. 5레이저빔들이 점화 챔버 안에 들어오면 합성 크리스털을 통해 걸러진다.

이 합성 크리스털을 통해 레이저빔들이 적외선 레이저빔에서 자외선 레이저빔으로 바뀌게 되며, 에너지가 200만 줄로 낮아진다. 그리고 이 자외선 레이저빔이 홀라움에 맞으면 내부에서 강력한 X레이를 만들어낸다.

이 X레이는 1억 기압의 압력과 5,500만℃의 열을 발생시켜 수소 동위원소를 가열한다. 이 엄청난 압력과 열을 받은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이 서로 결합하게 되고, 연료 캡슐이 내파되면서 에너지를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FAQ


NIF 핵융합 레이저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으로 레이저를 평가하는 척도는 에너지, 출력, 강도다. 국가점화시설의 핵융합 레이저는 현존하는 레이저 가운데 가장 큰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텍사스 대학의 페타와트 레이저는 출력 면에서 무려 1,000조 와트의 출력을 내지만 그것을 15경분의 1초 밖에 지속시키지 못한다. 강도가 가장 강한 레이저는 미시간 대학의 허큘리스 레이저다. 허큘리스 레이저는 300조 와트의 힘을 1미크론 정도의 직경 속에 투입한다.

NIF 핵융합 레이저의 용도는 무엇인가?

국가점화시설의 핵융합 레이저는 고밀도의 에너지가 필요한 물리학 실험에 광범위하게 이용될 예정이며, 노후해가는 핵무기의 신뢰도를 검증하는데도 사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가장 주요한 용도는 핵융합을 통한 에너지 생산이다. 물론 다른 레이저들도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지만 NIF 핵융합 레이저는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최초의 레이저가 될 것이다.

그럼 공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한가?

아직은 안 된다. 핵융합 레이저의 광학장비 냉각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에 몇 번 밖에 점화할 수 없다. 국가점화시설의 프로그램 부장 에릭 스톰에 따르면 핵융합 레이저를 통한 에너지를 사용하려면 앞으로도 20년이 더 걸린다고 한다. 그 시기를 앞당기는 비결이라면 캐퍼시터를 다이오드 레이저로 교체하는 것이다. 그러면 핵융합 레이저의 냉각속도를 높여 1초에 10~15회씩 점화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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