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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사냥하는 우주비행사

[제8회 파퓰러사이언스 선정 10대 과학자] BRILLIANT10 -VIROLOGY-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게 파퓰러사이언스의 신조다. 현재의 환경문제와 경제 문제를 생각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가장 유망한 연구자들로 이루어진 파퓰러사이언스 선정 10대 과학자를 만나본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탕 쉬는 나노기술을 사용해 석유나 석탄보다 에너지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태양전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존 린은 RNA의 비밀을 풀어 인류의 건강문제 해결에 기여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세계가 지금 큰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 과학자의 뛰어난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래를 나쁘게만 볼 이유가 없다.


선정 이유: 치명적인 바이러스 유전자의 신비 풀어 수많은 인명을 구하는 것은 물론 우주비행사가 돼 우주에까지 총명함 떨쳐

이름: 케이트 루빈스
나이: 31 세
소속: 화이트헤드 연구소,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케이트 루빈스는 어린 시절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고, 그 전에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 미 항공우주국(NASA)에 들어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12세 때 우주 캠프에 입소, 미리 우주비행사 훈련을 체험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성이 전투기 조종사가 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것을 알고 실망했다.

내색은 안 했지만 부모님은 딸이 좀 더 안전한 직업을 갖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생 시절 그녀는 또 다른 위험한 직업, 즉 바이러스 사냥을 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현재 그녀의 앞길을 막는 '유리지붕'은 없다.

루빈스는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학부생이던 1999년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에 대한 첫 번째 논문을 발표했다. 2001년 스탠포드 대학의 박사과정 학생이 된 그녀는 미 육군 전염병의학연구소를 도와 천연두 검사 동물 모델을 만들었다.

천연두는 수백만 명을 죽인 위험한 전염병으로 1980년 퇴치됐다. 하지만 루빈스의 연구 덕택에 바이러스가 생체조직의 면역체계를 피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고, 테러리스트가 지구상에 단 2개 남은 천연두 바이러스 표본을 탈취해 생물학무기로 만들 경우를 대비한 백신과 치료약을 만드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자신의 능력으로 세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루빈스는 기꺼이 일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을 도울 책임이 있어요." 천연두 이후 그녀는 아프리카에서 세를 늘려가고 있던 전염병인 원두(猿痘)에 관심을 돌렸다.

천연두의 사촌격인 이 바이러스는 원숭이와 설치류에 전염성이 있으며, 야생동물의 도살 및 고기 섭취를 통해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 증세로는 몸 표면에 종기가 일어나고, 실명을 하며, 결국 죽음에 이른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화이트헤드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는 그녀는 콩고 민주공화국의 오지 정글 속에서 굼벵이를 먹으면서 수개월간 이 전염병이 빨리 퍼지는 이유를 연구했다.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의 보건 인프라는 개발이 더딘 상태였기 때문에 전염병의 전파 속도를 늦추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감염 사례의 증가는 바이러스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루빈스와 그녀의 연구팀은 천연두의 유전자적 진화를 추적하기 위해 지원한 환자들로부터 DNA 표본을 모아 분석했다. 고전적인 유전자 염기서열 기술은 여러 주가 걸리며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다. 따라서 그녀는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방식을 개발하는데 참여했다.

보통 과학자들은 환자의 샘플로부터 원두 바이러스를 추출한 후 인간 또는 원숭이 세포에서 바이러스를 키운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성장 매개체에 따라 진화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진화한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괴롭히는 바이러스와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루빈스는 조직배양 과정을 건너뛰고 고출력 DNA 염기서열 자동 분석기를 사용해 유전물질을 확장시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 다음 인간 세포에서 원두 바이러스를 분리해내는 실험 계획안과 알고리즘을 작성했다. 이 전체 과정은 5일 미만이 소요되며, 루빈스의 표현에 따르면 지긋지긋할 만큼 많은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지난 1993년부터 미 공군은 여성도 전투기 조종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루빈스는 당시 다른 계획을 품고 있었다. 그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몸을 맡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올 가을 그녀의 연구팀이 아프리카에서 연구를 계속하는 동안 루빈스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20기 우주비행사 과정에 입학, 달 탐사 우주선인 오라이언의 탑승 훈련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는 셈이다.

수천 명의 후보 중에서 선발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스카이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이다. 위험한 곳에 과감하게 몸을 던지는 능력은 말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우주비행사가 될 것이라고 동료들에게 말하자 몇몇은 왜 지금 우주비행사가 되려 하는지 궁금해 했다. NASA의 미래는 불확실하고, 우주에 떠 있는 모든 NASA의 장비는 끊임없는 수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루빈스의 시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녀가 보기에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 너머의 먼 우주에 대한 유인 탐사 등 이전에 없던 엄청난 기회를 얻었다.

새로운 우주선을 타고 달에 가는 것이 겁나지 않느냐고 묻자 루빈스는 조용히 웃을 뿐이다. "전혀요. 저는 그 우주선을 누구보다도 먼저 타보고 싶어요. 재미있고 신나잖아요."

루빈스의 연구 덕택에 바이러스가 생체조직의 면역체계를 피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고, 테러리스트가 지구상에 단 2개 남은 천연두 바이러스 표본을 탈취해 생물학무기로 만들 경우를 대비한 백신과 치료약을 만드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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