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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속의 점액 제거하는 플루트 만든 음향공학자

BEST OF WHAT'S NEW <HEALTH>

POPSCI PROFILE: 샌디 호킨스

렁 플루트는 현재 쓰이고 있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 치료법만큼이나 효율적

샌디 호킨스가 파퓰러사이언스 기자인 코리 빈스에게 쥐어준 플라스틱 튜브는 의료용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장난감 플루트에 더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호킨스는 이것을 불면 기침감기에 특효가 있다고 설명했다. 빈스는 스타벅스에서 오후 시간을 즐기는 주변의 사람들을 살펴보다가 못내 의심스럽다는 투로 그 플라스틱 튜브를 입에 대고 몇 번 불어 보았다.

호킨스가 렁 플루트라는 이름의 플라스틱 튜브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1985년 어느 날 밤이었다. 음향 공학자인 그와 그의 동료들은 음파를 사용해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방법을 토의하고 있었다.

그들은 농담 삼아 화장실에서 나오는 음파로 장(腸) 운동을 조절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보다는 좀 더 진지하게 음파를 사용, 폐질환 환자의 폐 속 점액을 빼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몇 달 후까지 이 이야기를 기억해 두고 있던 호킨스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라는 질병에 대해 알게 됐다.

폐기종과 만성 기관지염을 동반하는 이 질병으로 미국에서만도 1,000만 명의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매년 12만7,000명이 죽는다고 한다. 호킨스는 이렇게 말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미국인 사망 원인 가운데 4위를 차지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상적인 폐에서는 기관지 벽에 속눈썹 같은 작은 이물질이 붙어 있으면 밖으로 배출해 버린다. 기관지가 진동하면서 이물질을 기관으로 올려 보내 입을 거쳐 삼키거나 밖으로 배출해 버리는 것.



하지만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들은 필요 이상의 점액을 분비해 폐 속에 쌓아둔다. 이 점액은 박테리아 번식의 온상이 돼 폐렴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침을 자주 하면 이 점액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약을 먹어야 간신히 숨통이 트이는 정도다. 일부 환자들은 산소 탱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질병의 치료에는 연간 27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

호킨스는 16㎐의 음파를 만들어 내는 전기식 사운드 머신 개발부터 시작했다. 16㎐로 정한 이유는 이것이 이물질을 뱉어낼 때의 진동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내려면 봉고차만 한 서브우퍼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무려 15년간이나 스피커 개량에 매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기계에 들어갈 마우스피스 필터를 점검하다가 그것을 입으로 불자 자기 가슴 속에 약한 진동이 오는 것을 느꼈다. 불과 5초 만에 그는 이 효과를 증폭시킬 렁 플루트의 설계를 그려냈다.

플라스틱 튜브 속으로 숨을 불면 리드가 펄럭이고, 이것이 폐에 진동을 주어 기관으로 튀어나가기 좋도록 점액을 연하고 잘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리드란 악기에 부착하는 엷은 조각인데, 그 진동으로 음을 낸다. 호킨스는 해답이 이렇게 간단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미국 내에서의 임상실험 결과 이 제품은 현재 쓰이고 있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 치료법만큼이나 효율적이다. 호킨스는 이 제품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재사용이 가능한 버전은 낭포성섬유증, 인플루엔자, 천식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킨스가 이 모든 이야기를 했을 때 빈스는 기침을 하면서 뭔가 ‘건더기’가 많이 나오는 것을 알았다. 호킨스의 발명품은 충분히 칭찬을 받을 만했다. 하지만 빈스는 더 이상 얘기를 할 수 없었고, 바로 밖으로 뛰어 나가 하수구에 가래를 토하지 않으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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