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공: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샤워기와 베르누이 원리
샤워기는 욕실을 구성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목욕기구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가는 구멍을 통해 강한 물을 분사 할 수도, 부드러운 물줄기를 분사할 수도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샤워기의 구멍은 작은 수압을 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수도에서 샤워기 헤드까지 연결된 호스는 굵지만 샤워기의 구멍은 매우 작은데 이것이 수압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19세기초 프랑스의 과학자 베르누이는 좁은 통로를 지나는 공기가 넓은 통로를 지나는 공기보다 속도가 빨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공기뿐만 아니라 모든 유체에도 적용되는 법칙이다. 즉 유체는 좁은 통로를 흐를 때 속력이 증가하고 넓은 통로를 흐를 때는 속력이 감소한다. 또한 유체의 속력이 증가하면 압력이 낮아지며 반대의 경우에는 압력이 높아진다. 바로 이것이 그 유명한 '베느루이의 정리'다.
다림질을 할 때 사용하는 분무기나 샤워기는 이 원리를 이용한다. 구체적으로 넓은 호스를 통과하던 공기분자들은 샤워기의 헤드부분에 이르러 갑자기 통로가 좁아지면 서로 먼저 통과하기 위해 아우성을 친다. 때문에 그 속도가 빨라져 통로의 벽면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든다.
이렇게 샤워꼭지 끝부분의 압력이 낮아짐으로서 물은 더욱 잘 빨려 올라가고 이 물들이 공기와 섞여 고루 뿌려지는 것이다. 물의 고른 분무는 적은 양의 물로도 샤워를 할 수 있도록 해줘 물 절약의 효과까지 제공한다.
샤워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과학 원리는 부력이다. 실제로 샤워기를 사용해 욕조에 물을 받다 보면 샤워기 헤드가 위쪽으로 뒤집혀지며 물을 뒤집어쓸 때가 있다. 작은 구멍을 통해 낮은 압력으로 물을 내뿜고 있던 샤워기가 도대체 왜 뒤집히는 것일까.
여기에 부력이 작용한다. 부력이란 유체 속에 있는 물체를 떠오르게 하는 유체의 힘이다. 유체에 어떤 물체가 잠겨 있으면 그 물체가 밀어 낸 유체 무게만큼의 힘이 위쪽으로 작용, 물체를 뜨게 하는데 욕조에 물이 채워지면서 샤워기가 부력을 받아 떠오르게 되고 이 과정에서 헤드가 욕조 가장자리에서 미끄러지거나 수압에 의해 뒤집히면서 물벼락을 맞는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수도꼭지에 작용하는 위치에너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연인들이 수도꼭지 및 수도꼭지와 연결된 호스의 끝 부분을 손가락으로 일부 막아 상대방에게 물을 뿌리며 장난치는 모습이 등장하곤 한다. 그냥 스쳐 보냈던 이 장면에도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 수도꼭지를 막아 분출되는 물의 양을 줄이면 압력이 상승, 가느다란 물줄기가 멀리까지 나가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공동주택들은 건물 지붕에 물탱크라 불리는 커다란 물 저장고들이 있기 마련이다. 수돗물은 일반적으로 정수장에서 정수 처리된 뒤 배수지에 모여 각 가정으로 공급되는데 이 물을 미리 끌어올려 저장해 놓은 곳이 물탱크다.
이렇게 하면 수도 밸브를 열었을 때 별도의 펌프를 사용하지 않아도 위치 에너지에 의해 일정한 압력으로 물이 분출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이 물탱크 속의 물이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수도꼭지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꼭지에서 멀어질수록 두께가 가늘어진다. 이 또한 베르누이의 원리 때문이다. 수돗물이 수도꼭지에서 빠져 나오면 중력의 힘을 받아 점점 가속되는데 속도가 증가하면 물의 내부압력 이 감소하는 베르누이 원리에 의해 대기압의 힘이 더욱 크게 작용, 물줄기가 가늘어진다. 이 효과가 지속돼 물줄기의 지름이 일정 크기이하로 줄어들면 표면장력 효과를 받아 방울방울 분리되어 떨어지게 된다.
욕실의자 구멍은 배수구?
사계절 내내 온수가 나오는 현대 주택에 살다 보면 대중목욕탕에 갈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2000년대의 웰빙 바람을 타고 찜질방이 활황을 누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모든 찜질방은 대중 목욕탕을 겸하고 있어 타인과 함께 목욕을 하는 경우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중목욕탕에서 때라도 밀게 되면 가장 먼저 손에 잡는 물건이 있는데 바로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는 목욕의자다. 이 의자의 구멍은 몸에 끼얹는 물을 잘 빠지도록 하기 위해 뚫어놓은 것이다. 한 마디로 의자의 배수구라 할 수 있다.
만일 이 구멍이 없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의자의 소재인 플라스틱은 물에 젖어도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썩지도 않아 재료적 측면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구멍 없는 목욕의 자는 몇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먼저 목욕탕은 습기가 많은 공간이다. 때문에 구멍이 없어서 의자에 물이 고이게 되면 사용자의 몸과 의자 사이에 수막이 형성, 의자에서 미끄러져 다칠 수 있다. 때를 밀 때는 매우 다양한 자세를 취하게 되고 몸을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어 그 개연성이 높다.
또 하나는 의자의 팽창이다. 목욕탕에서는 온수를 많이 사용하므로 의자에 앉아 뜨거운 물을 계속 끼얹다 보면 의자가 팽창할 수 있다. 이는 의자에 균열을 유발, 깨지거나 부서지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의자 구멍은 뜨거운 물을 빨리 빼내 의자의 내구성을 높여 준다. 결국 의자 구멍은 원활한 배수로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면서 의자 자체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제공하는 셈이다.
파스칼의 원리 응용한 치약 구멍
식사를 마치고 하는 양치질은 치아의 건강을 위한 필수 코스다. 이 양치질에 있어 치약은 칫솔과 함께 양대 도구에 해당한다.
치약 속의 세마제와 계면활성제가 치아를 깨끗하게 해주는 세정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는 입자의 세마제는 치아 표면의 때나 찌꺼기들을 떼어내며 계면활성제는 이들을 분해해 벗겨 내는 효과가 있다.
우리가 칫솔에 치약을 짜서 묻힐 때 튜브의 구멍으로 치약이 나오도록 누르는 행동에 '파스칼의 원리'가 작용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가지 색이 나오는 줄무늬 치약으로 설명하자면 어디를 어떻게 눌러도 두 색상이 섞이지 않고 깔끔한 줄무늬 형상으로 나온다. 게다가 치약의 거의 다 사용했더라도 이 같은 줄무늬 모양은 변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이는 밀폐된 용기 내에 담겨 있는 유체의 어느 한 부분에 압력을 가하면 이 압력이 유체의 다른 부분과 용기의 벽면에 동일한 크기로 전달되고, 이 때 전달되는 압력의 방향이 벽면에 대해 수직으로 작용한다는 파스칼의 원리 때문이다. 이 원리에 의거해 튜브의 가운데를 누르던, 측면을 누르던 내부의 치약에 가해지는 압력은 동일하며 이로 인해 항상 같은 모양의 치약이 나오는 것이다.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