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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착륙 D-39일

우주왕복선을 포함해 지금껏 개발된 우주선들로는 달 너머의 먼 우주로 유인탐사대를 보낼 수 없다. 속도가 너무 느려 우주인들이 지구로 귀환하기 전에 늙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베테랑 우주비행사로 꼽히는 프랭클린 창 디아즈는 원자로와 액체수소를 동력원으로 활용, 시속 19만 8,000㎞로 비행할 수 있는 차세대 우주선의 개발에 40 년간 매달려 왔다. 이 우주선이 개발되면 단 39일 만에 화성에 도착할 수 있다.


달 너머의 먼 행성에 사람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이 질문에 대해 가장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곳은 아마도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미 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 내에 있는 수십억 달러짜리 시설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몇 ㎞ 떨어진 한 번화가의 상점 뒤편에 위치한 대형 건물에서도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건물은 신생 민간우주항공기업 애드 아스트라 로켓 컴퍼니의 소유로 이 회사의 창업자 이자 전직 NASA 우주비행사인 프랭클린 창 디아즈 박사는 바로 이곳에서 지금껏 NASA가 개발한 그 어떤 로켓보다 빠르고 강력한 파워를 제공하는 로켓 엔진을 개발 중이다.

로켓의 스피드야말로 화성 유인탐사에서 우 주인들을 무사히 귀환시킬 열쇠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제가 만든 엔진이 화성을 넘어 목성까지, 그리고 그보다 더 먼 행성을 여행할 때 쓰이게 될 것입니다." 필자에게 연구시설을 소개해주던 디아즈 박사는 3층 건물 높이의 실험용 챔버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너무도 거창한 발언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그는 점잖은 미소로 화답했다. 이는 그가 자신의 포부를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곧잘 나타내는 반응이다.

디아즈 박사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 중이던 지난 1973년부터 플라즈마 로켓이라는 개념을 연구해왔다. 그의 생각으로는 기존의 로켓 연료가 너무 무겁고 비효율적인 추진제였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기존 로켓 연료 대신 원자로를 활용, 플라즈마를 111만℃로 가열하여 추진하는 우주선을 구상했다. 자기 장을 통해 엔진 후방으로 고온의 가스를 밀어내는 방식이다.

디아즈 박사의 계산에 의하면 이런 엔진을 탑재한 우주선은 최고 속도가 무려 시속 19만 7,900㎞에 달한다. 이는 미국 뉴욕에서 LA까지 단 1분, 화성까지는 단 39일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속도다.

현 기술로는 화성까지 200여일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가히 획기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디아즈 박사는 타인들에게 이러한 아이디어의 현 실적 타당성을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980년의 어느 날. 그는 한 MIT 교수에게 플라즈마 로켓의 가능성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디아즈 박사 스스로도 당시에 자신이 했던 말들이 공상 과학소설처럼 허무맹랑했다고 느끼고 있지만 그 교수는 참을성 있게 설명을 들어줬다. 바로 그때 전화기가 울렸고 교 수는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놀란 말투로 상대방에게 대답했다.

"예, 찾으시는 사람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 전화는 다름 아닌 NASA로부터 걸려온 것이었다. 수화기를 넘겨받은 디아즈 박사는 자신이 NASA의 우주비행 사로 선발됐다는 통보를 들었다. 코스타리카 출신의 귀화자였던 그가 귀화자로는 최초로 NASA의 최정예 우주비행사 가 된 것이다.

디아즈 박사는 "전화를 받고는 너무나 기뻐서 춤을 출 지경이었다"며 "이리저리 날뛰다가 하마터면 전화선으로 교수의 목을 조를 뻔 했다"고 회상했다.

바시미르 프로젝트

우주비행사라면 누구나 큰 꿈을 꾸지만 디아즈의 꿈은 다른 우주비행사들보다 더 컸다.
25년 경력의 우주비행사이자 기업가로서 대학생 이후 꿈꿔왔던 그의 유일한 소망은 화성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직접 만들고, 발사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플라즈마 추진 우주선 개발 프로젝트를 놓고 이렇게 설명한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것만큼 내가 만든 우주선을 타 보고 싶었습니다.



직접 만든 우주선을 타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디아즈 박사는 이 꿈의 실현에 거의 다가서 있다.

향후 4년 이내에 우주공간에서 자신의 기술을 처음으로 실연해 보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최대 1 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소형 플라즈마 엔진 로켓의 발사 실험을 예정하고 있는 것.

이 로켓은 가변 비추력 자기 플라즈마 로켓(Variable Specific Impulse Magnetoplasma Rocket)의 약자인 '바 시미르(VASIMR)'로 불린다. 향후 바시미르가 플라즈마 엔진의 성능을 입증할 경우디아즈 박사는 한층 거대한 플라즈마 추진 우주선 개발에 뛰어들 계획이다.

그는 이런 플라즈마 우주선의 효용성을 화성탐사 보다는 더 실용적 관점에서 묘사한다. 사실 그는 곧바로 화성 탐사용 우주선을 개발할 생각이 전혀 없다.

우선은 민간기업 과 정부가 원하는 일상적인 임무에 적합한 로켓부터 개발할 방침이다. 다루기 힘든 인공위성의 유지보수와 위치이동, 우주쓰레기 청소, 재활용 가능한 우주쓰레기의 회수 등이 그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우리의 기술을 과대 포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는 우주 운송업 분야에서 새내기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제공코자 하는 것은 우주공간에서 활약할 최고급 견인 트럭이며 우주쓰레기 수거업체의 역할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는 신뢰성 있고, 지속가능하고, 비용 대비 경제성 높은 사업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물론 이것이 디아즈 박사가 원하는 궁극의 목표는 아니다.

앞서 설명했듯 그의 야망은 달 너머의 먼 우주를 탐사하는데 있어 민간우주기업들의 지원을 요청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올 초 케네디우주센터에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비행사를 소행성에 보내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며 "오는 2030년대 중반쯤에는 인간을 화성 궤도에 보냈다가 무사히 귀환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믿음은 일견 비현실적 희망처럼 느껴지지만 우주 항공분야의 목표는 과거에도, 지금도 항상 그래왔다. 일례로 지난 1903년 10월 미국천문학회(AAS) 초대 회장인 사이먼 뉴컴 박사는 여러 이유를 들며 동력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리고 "우리는 비행이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 있음을 인정하게 될 것이며 해결책을 찾기 위한 모든 시도를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나온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라이트형제가 인류 최초의 동력비행에 성공했다.

또 다른 예도 있다. 지난 1920년대 영국의 프랭크 휘틀이라는 청년은 기존 프로펠러 엔진과는 전혀 다른 엔진의 개념도를 그렸다. 터빈 속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고 다수의 제 트 노즐을 통해 분사함으로써 추진력을 얻는 형태였다. 이를 본 캠브리지대학 항공공학 교수의 평가는 이랬다.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군. 하지만 이런 엔진은 절대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네." 하지만 현재 제트엔진은 여객기, 전투기 등 항공기용 엔진으로서 일상화된 상태다.

꿈을 향한 도전

디아즈 박사가 처음 우주비행사의 꿈을 가진 것은 어머니에게 미국과 소련 사이의 우주개발 경쟁 얘기를 들었던 7살 때다.

그날 밤 그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찾기 위해 밤하늘을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우주비행사가 되려면 한 가지 큰 난관을 넘어야 했다. 당시 그의 국적은 코스타리카였는데 코스타리카에는 우주개발 프로그램이 전무했던 것. 그래서 그는 10대 시절 NASA에 편지를 보내 우주비행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NASA의 답변은 명쾌했다. 일단 미국 시민이 되라는 것이었다. 이에 그는 이때부터 국적 변경을 생각했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중국 국적을 버리고 코스타리카로 이주했듯 그 역시 꿈의 실현에 방해가 된다면 과감히 국적을 버릴 수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NASA에 들어가겠다는 일념으로 코네티컷에 사는 친척집에 몸을 의탁하며 코네티컷대학을 이수했다. 부족한 영어실력 탓에 초기에는 힘들었지만 결국 뛰어난 성적으로 주목받았고 MIT 원자력공학과 박사 과정 입학에도 합격했다.



그 시점에 우주비행사에 지원했지만 NASA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시민권 획득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게 디아즈 박사의 개인적 추측이다. 이후 시민권을 얻은 뒤 재도전한 결과, 그는 4,000여 명의 지원자 중 19 명의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국적이라는 걸림돌이 사라지자 플라즈마 물리학 박사 학위자이며 우주선 엔진에 일가견이 있고 신체 조건마저 뛰어난 그를 NASA도 더 이상 모른체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디아즈 박사는 우주비행사가 된 덕분에 꿈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우주비행사였기에 화성이나 그보다 더 먼 우주로 가려면 속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판단에도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데도 우주선 속에서 6~8개월을 갇혀있고자 할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디아즈 박사는 플라즈마 엔진 같은 장거리 우주여행 기술이야말로 인류 생존의 근본적 문제, 즉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나야 한다는 문제를 풀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시기가 문제일 뿐 지구의 모든 자원이 고갈되면 인류는 생존을 위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만 한다는 것이 그의 예상이기 때문이다. 이때 그곳까지 갈 수 있는 기술이 없다 면 인류는 종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지구에서는 구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자원이 우주에서 발견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주공학자들은 다른 행성에서 리튬보다 효율이 좋은 배터리용 소재, 구리보다 전도성이 뛰 어난 금속 등이 발견될 개연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데 아무리 진귀한 자원을 찾아도 이를 가져올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디아즈 박사에게 화성은 꿈의 종착역이 아 니다.

오히려 태양계 전체를 정복하기 위한 전초기지이자 정거장에 더 가깝다. 이 점에서 그는 종종 현재의 우주탐사를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에 비유한다. 향후 우주탐사는 민영 철도기업과 광산업체들이 토지 등의 정부지원을 받아서부를 시민들의 생활공간으로 만들었던 19세기 중반의 미국 상황과 유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얘기다.





새로운 우주개발 클럽

디아즈 박사는 지난 2000년 ISS를 방문하는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미국-러시아 합동 생존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모스크바 서쪽 100㎞에 위치한 훈련장으로 날아갔다. 그가 속한 팀은 지난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사고로 사망한 칼파나 촐라와 러시아의 우주비행사를 포함해 총 3명으로 구성됐다.

당시 교관들은 과거에 한 귀환 캡슐이 눈보라가치는 한 복판에 착륙하면서 회수팀이 캡슐을 찾아 우주비행사를 구해내기까지 무려 48시간이 걸린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러한 상황에 대비해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유즈호의 승무원들 역시 이런 훈련을 필수적으로 받고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디아즈 박사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구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 조금만 속도를 낮추면 남태평양의 피지 나 인도양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곳에 착륙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훈련을 위해 세 사람은 우주복을 입고 땅 속에 반쯤 묻힌 캡슐로 들어갔다. 이후 캡슐 외부의 엔지니어들 이 대기권 재돌입 순간 발생하는 마찰열의 재현을 위해 캡슐 전체를 토치로 굽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우주복을 벗고 생존장비를 착용했다.

캡슐이 너무 비좁아 옷을 갈아입는 데만도 한나절이 걸렸다. 우주복은 혼자서는 입거나 벗기가 너무 힘든 탓에 팀원 2명의 도움을 받아 차례차례 돌아가며 옷을 갈아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옷 갈아입기를 마친 팀원들이 캡슐에서 나오자 앞이 안보일 정도로 심한 눈보라가 그들을 맞았다. 매뉴얼을 확인하니 눈보라를 피할 수 있는 대피소를 구축하라고 나와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던 디아즈 박사는 동료 팀원에게 캡슐에 매달려 있는 실크 낙하산을 가져오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자작나무 줄기와 낙하산으로 원뿔형 천막을 쳤다. 과거 장인과 사냥 여행을 갔을 때 인디언들이 겨울철에 어떻게 천막을 만드는지 배워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약 30분 만에 천막이 완성됐고 팀원들은 그 속에서 불을 피우고 몸을 녹이며 편안히 구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천막 안으로 한 사람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능선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러시 아 교관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온 것이었다. 인디언 천막은 그들의 매뉴얼에는 전혀 나와 있지 않았던 것이다. 교관이 물었다.

"모두 이상 없습니까?" 팀원들은 미소로 답했다. "네, 문제없습니다. 저희 보다는 교관께서 매우 추워 보이시네요. 어서 들어와 앉으시죠." 결국 훈련과정을 지켜보던 교관들도 천막으로 들어왔고 재킷을 벗은 후 함께 차를 마셨다.





화성탐사의 위험성과 플라즈마 로켓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디아즈 박사도 우주에서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한 번은 그도 죽을 고비를 맞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NASA의 스케줄 조정이 그의 목숨을 구했다. 사실 그는 지난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탑승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NASA가 갑자기 자신을 그 임무에서 제외시키고 챌린저호 직전에 발사됐던 다른 우주왕복선 임무에 투입했다.

16일간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디아즈 박사는 소중한 동료들을 태운 챌린저호가 발사 후 73초만에 폭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를 지켜봐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986년부터 2002년까지 총 7번의 우주 임무에 참가, 1,061시간이라는 우주비행기록을 세웠는데 그가 마지막 임무를 마친 후 수개월 만인 지난 2003년 2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대기권 재돌입 중 추락해 탑승자 7명 전원이 사망했다.

디아즈 박사의 플라즈마 추진 엔진 로켓의 경우 발사 시에는 기존 로켓과 비교해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플라즈마 엔진은 우주의 진공상태에 크게 의존하는 기술이므로 처음 발사할 때나 지구 귀환 시 지구 궤도에 재돌입할 때는 아직도 기존 화학연료 로켓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공간에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플라즈마 엔 진 로켓은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우주탐사 임무에서 승무원들의 안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재래식 로켓은 지구궤도에 오르기 위해 단 한 번 의 분사를 통해 모든 연료를 소모한다. 연료가 없다는 것은 장기간의 우주탐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분명한 한계로 작용한다. 재래식 로켓은 또 화성의 인력권에 도달하는 동안 전혀 속도를 가속시킬 수 없다.

지구궤도를 탈출한 속도 그대로 나아갈 뿐이다. NASA의 추산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으로 화성까지 가려면 약 7개월이 걸린다. 화성에서의 임무기간은 차치하고라도 왕복에 걸리는 시간만 1년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로켓 또는 우주비행사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해도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로켓을 되돌릴 수도, 임무를 포기할 수도 없다. 게다가 지구에서 보낸 통신은 10분 뒤에야 우주선에 도착한다. 지상관제센터 요원들이 안전상의 심각한 문제를 발견해도 적 시에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칫 이러한 통신 지연 때문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채 우주비행사들이 천천히 생명을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끔찍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점을 근거로 디아즈 박사는 단호히 말한다. "화학연료 로켓은 우리를 화성으로 데려다 줄 수 없습니다. 탐사기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반면 바시미르와 같은 플라즈마 로켓은 우주공간에서 계속 추진·가속된다. 그리고 발사 후 23일째에 초속 54㎞의 최대 속도에 도달한다.

이는 기존 화학연료 로켓에 비해 적어도 4배나 빠른 속도며 화성까지 가는 시간을 적어도 6개월 단축할 수 있다. 그만큼 기계적 사고의 위험성이나 태양 방사능 노출 개연성이 적으며 뼈 약화, 근육 위축, 정신적 피폐함 등 장기 우주탐사에서 우주비행사들이 겪을 수 있는 위험요인들도 최소화된다. 추진기가 항상 작동 상태에 있으므로 언제든 원한다면 진로를 수정하거나 지구로 귀환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 모든 유인 우주비행 프로젝트는 화학연료 로켓을 이용하고 있다. NASA 또한 화학연료를 활용한 추진시스템 개발에 대부분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는 비교적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플라즈마 로켓이 실용화되려면 많은 기술적 난제들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한 가지 예가 원자로다. 플라즈마 로켓으로 화성에 가기 위해서는 우주선에 다수의 원자로를 장착, 플라즈마 생성에 필요한 전기를 발생·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NASA는 이미 지난 2003년 우주선용 원자로를 연구했었지만 단 2년 만에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손을 뗐다. 우주선 폭발 및 추락 사고가 일어났을 때 초래될 위험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 현재는 자기장을 활용, 플라즈마 가스를 안전하게 분출하는 방법이나 초속 54㎞라는 속도에 노출된 인체가 어 떤 반응을 보일지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미국의 유명 민간 우주로켓 제조기업 스페이스X의 설립자인 엘런 머스크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로켓이 언제나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플라즈마 로켓이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지구에 방사능 낙진이 떨어지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머스크 역시 발사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민간로켓인 팰콘 1호를 궤도에 올리기 위해 수년간 악전고투를 벌인 바 있다. 하물며 방사능 물질을 실은 로켓이라면 성공적 발사는 더욱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디아즈 박사는 이러한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다.

우주선에 실린 원자로는 위험지역, 즉 우주선이 폭발해도 지구에 방사능 낙진을 흩뿌리게 되는 지역을 벗어날 때까지 작동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NASA가 이미 원자력 발전기를 탑재한 탐사선을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쏘아올린 바 있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다. 그는 강조한다. "인류가 우주공간에서 더 먼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 빠르게 가야 합니다. 바시미르는 이를 위한 로켓입니다. 우 리는 모든 작업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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