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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에 담긴 우주의 비밀

남극의 빙하 속에서 우주의 진실을 밝혀줄 중성미자를 찾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연구자들은 지난 2004년부터 매년 12월마다 남극의 빙하에 2.4㎞ 깊이의 구멍을 뚫고 60개의 광센서가 부착된 케이블을 집어넣었다. 이렇게 지금껏 한쪽면의 길이가 800m에 달하는 사각형 공간에 총 79개의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이달 중 7개의 구멍을 뚫게 되면 총 5,320개의 광센서로 구성된 거대한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가 완성된다. 중성미자는 방사능 붕괴나 핵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원자보다 작은 입자로, 다른 우주방사능과 함께 지구 표면에 끊임없이 쏟아진다.

전하를 전혀 띠지 않는 매우 독특한 존재이기 때문에 항성과 행성이 내뿜는 자장에도 이동 경로가 굴절되지 않고 직선으로 날아간다는 것이 최대 특징. 따라서 그 경로를 역추적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이는 우주의 기원을 찾는 데 큰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크기가 너무 작은 탓에 중성미자의 포착은 결코 쉽지 않다. 매 초마다 수조 개의 중성미자가 지구를 통과하지만 기존 기술은 마치 그물로 바이러스를 잡는 것과 같아 효용성이 거의 없다.

아이스큐브는 이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다. 중성미자가 우연히 얼음 속 수소나 산소 원자와 충돌하면 파란 빛을 내뿜는 뮤온 입자가 방출되는데 광센서가 이를 포착, 중성미자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 수십 개의 광센서가 뮤온의 움직임을 포착하므로 삼각측량을 통해 중성미자의 정확한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매우 깨끗한 남극의 빙하 덕분에 광센서는 100m 떨어진 곳에서 방출된 뮤온도 감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스큐브의 큰 규모로 인해 초고에너지 중성미자도 측정이 가능하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에서 아이스큐브를 모니터할 물리학자 스펜서 클라인에 따르면 이는 다량의 에너지가 응축된 입자다.

그 근원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없지만 학자들은 엄청난 속도로 입자를 뿜어내는 초대형 블랙홀을 유력한 출처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또 중성미자의 정체가 우주의 90%를 구성하고 있는 암흑물질(암흑에너지)일 수도 있다고 가정한다.







암흑물질의 존재 가능성은 지난 1933년 처음 제시됐다. 하지만 지금도 그 실체나 작용의 대부분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한 이론에서는 암흑물질 내에 상호작용성이 약한 입자들이 있다고 한다.

이 입자들이 충분히 모이면 서로를 파괴시켜 강력한 중성미자 방출을 일으킨다는 것. 이게 사실이라면 아이스큐브가 암흑물질의 특성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일 중성미자가 지구 내부나 태양에서 생성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암흑물질의 존재에 더해 이것이 중력에 의해 유입된다는 점도 입증될 것이다.



연구자들은 아이스큐브가 완성되면 하루 100개 정도의 중성미자를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2년 전 설치된 프랑스의 중성미자 검출기 '안타레스(Antares)' 보다 약 14배 많은 양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프랜시스 할젠 박사는 "아이스큐브는 우주선(宇宙線), 암흑물질 등에 더해 예상치 못한 새로운 발견을 해낼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갈릴레오의 굴절망원경부터 허블우주망원경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개발된 새로운 우주관측도구들은 항상 뜻밖의 놀라운 발견을 해냈다는 이유에서다.

클라인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스큐브가 초짝입자 관측에 성공할 경우 우주의 모든 입자는 자신과 대칭성을 지닌 짝을 갖고 있다는 초대칭 이론이 진실로 규명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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