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사설] 끝모를 대우조선 비리, 부끄럽지 않은 자 대체 누군가

도대체 끝은 어딘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추문이 끝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대우조선의 지난해 손실규모가 1,200억원가량 축소된 정황을 포착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열중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전 경영진과 마찬가지로 정성립 사장 중심의 현 경영진도 회계비리에 가담한 혐의가 있다는 뜻이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새로 선임된 경영진이 오히려 공범일 수 있다는 사실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하루 전에는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 2곳에 약 100억원을 부당 지원하도록 이 회사 경영진에게 압력을 행사한 단서도 확보했다. 대우조선 경영진의 비리를 눈감아준 대가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전현직 경영진에 최대주주까지 비리로 한통속이 된 꼴이다. 국민 혈세가 투입된 기업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인 노조에 수백억원을 횡령한 직원까지 까도 까도 끝없이 나오는 비리에 허탈감만 깊어간다. 앞으로 또 어떤 비리가 드러날지 이젠 두렵기까지 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대우조선을 관리 감독해야 할 산업은행은 방만경영을 통제하기는커녕 배당금을 빼먹는 데 온통 정신을 팔았고 수시로 이뤄지는 자회사 낙하산에 눈이 멀었다. 서별관회의에서 사실상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 결정을 내렸던 정부 또한 회의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강압은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정치권 역시 서별관회의를 정쟁의 수단으로만 이용할 뿐 대우조선 정상화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 대우조선 주위에는 그렇게 핑계만 있고 책임은 없는, 부끄러움을 상실한 이들뿐이다. 한때 세계 2위 조선사였던 기업은 결코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대우조선 비리는 단순히 낙하산인사, 회계 및 개인 비리가 아니다. 권력을 사유화해도 괜찮다는 생각 때문에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삐뚤어진 윤리의식과 ‘나만 아니면 된다’는 공기업 특유의 문화, 내 식구부터 챙겨야 한다는 조직문화가 합작해 만든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기업을 좀먹고 황폐화하는 이러한 암 덩어리를 제때 제거하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 제2, 제3의 대우조선이 나타날지 모른다.



이번 검찰 수사는 대우조선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의 검은 사슬을 끊는 첫걸음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산은과 대우조선, 금융감독기관, 회계법인 등은 물론 정치권의 개입 여부도 파헤쳐 한점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 부끄러운 짓에는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분명히 각인시켜 우리 사회에 법과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