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직원은 63명에 불과할 정도로 작았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은 대기업과 벤처를 넘나들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SK텔레콤(017670)의 핵심인 인공지능(AI)사업단장을 맡은 이상호, 블루홀 이사회 의장인 장병규, 라인 글로벌총괄책임자(CGO) 신중호 등 3인방이 손꼽힌다.
첫눈 출신 중 요즘 가장 바쁜 사람은 1일 신설된 SK텔레콤의 AI사업단을 맡은 이 단장이다. 그는 첫눈 검색팀장 출신이다. 이 단장은 “첫눈 시절에 포털 검색 부문을 처음 맡았다”며 “그때 쌓았던 각종 노하우들이 지금까지 업계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또 “현재도 첫눈 멤버들과 연락하고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국내 음성검색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동국대 전산학과를 거쳐 KAIST에서 자연어 처리와 음성합성 등을 공부하며 석·박사 학위를 땄다. 이후 LG전자와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를 거쳐 2005년 네오위즈 창업자인 장병규 현 블루홀 이사회 의장의 권유로 첫눈에 합류했다. 기술개발팀을 이끌다가 첫눈이 네이버에 인수되면서 음성검색 서비스팀을 맡게 됐고 2011년 네이버를 퇴사한 후에는 다이얼로드라는 음성인식 전문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를 창업했다. 다음(현 카카오)에 팔린 후 다음에서 일하다가 SK플래닛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쳐 SK텔레콤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첫눈 출신들은 포털 사업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뒀다.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은 신중호 라인 CGO 겸 라인플러스 대표다. 신 CGO는 첫눈 이사 출신으로 네이버가 첫눈을 인수한 2006년 네이버에 합류했다. 네이버 검색센터장 등을 거쳐 2008년 일본으로 건너가 3년간 절치부심하며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내놓았다. 출시 후 5년 만에 10억명의 가입자를 돌파하고 지난해 7월 도쿄와 뉴욕에 동시 상장하며 기업가치 10조원을 인정받았다. 그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고 라인 상장 당시 지분도 5.12%로 이 창업자의 지분(2.78%)보다 두 배가량 많다. 뛰어난 실력, 그리고 비슷한 체격과 외모 등을 이유로 ‘제2의 이해진’으로도 불린다.
첫눈 창업자는 장 의장이다. 그는 나성균 네오위즈홀딩스(042420) 대표와 함께 세이클럽·피망 등으로 알려진 네오위즈의 창업자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게임 부문에 주력하려는 나 대표와 검색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장 의장 간에 의견이 엇갈려 새롭게 만든 회사가 첫눈이다. 장 의장은 이후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테라’를 개발한 블루홀과 벤처캐피털(VC) 본엔젤스를 창업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테라는 2011년 출시 이후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본엔젤스는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잡플래닛·스터디맥스 등에 투자해 ‘성공한 VC’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장 의장은 블루홀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본엔젤스 고문이다. 각 대선 캠프에서 러브콜이 잇따를 정도로 인품이나 실력 등 모든 면에서 업계의 신망이 두텁다.
3인방 외에 박의빈 라인 CTO, 이석찬 라인플러스 실장, 한미나 네이버 검색 부문 담당자 등도 첫눈 출신이다. 첫눈 출신들은 지금도 정기 모임을 갖고 연말마다 창업 멤버들이 대부분 모일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당시 네이버가 자본금 10억원에 불과한 첫눈을 350억원을 들여 인수한 것에 대해 거품 논란도 있었지만 현재의 성과를 보면 당시 이해진 창업자의 선택이 탁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당시에도 구글이 첫눈 인수를 타진했을 정도로 업계 실력파들이 모여 있던 회사라 지금과 같은 활약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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