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력 산업의 대표 단체들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월 4일로 기한을 못 박고 일방 처리를 예고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미국 투자 기업들의 대표 단체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도 노조법 개정에 대해 ‘깊은 우려’를 전하며 신중한 법 개정을 요구하는 등 국내외 경제단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본지 7월 30일자 1·4면 참조
30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대한건설협회 등 주요 13개 경제단체들은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중지 촉구 업종별 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대표로 나선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우리 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며 “도급이라는 민법상 계약의 실체를 부정하고 계약 당사자가 아닌 원청을 쟁의행위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넓혀 협력사 노조가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불법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면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노조법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 당시 두 차례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막혀 폐기됐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 법안을 재발의했고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다음 달 4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상근부회장은 “노조법상 사용자에 대한 다수 형사처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상적이고 모호한 사용자 지위 기준은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은 산업 현장에 ‘파업 만능주의’를 만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상근부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서 미국 조선업을 부흥시킬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협상 파트너로 주목받는 국내 조선 업체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동차·조선·건설업이 다단계 협업 체계로 구성된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통과 시 원청 기업들을 상대로 끊임없는 쟁의행위가 발생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수백, 수천 개의 협력사에서 부품을 납품받는 자동차와 조선업은 노조법이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주홍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미국의 관세 문제도 있지만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다”며 “미래차로 전환하는 굉장히 중요한 시점에 노사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현재의 어려운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 안정, 유연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고 있고, 대안을 재논의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정석주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도 “지난해 (전 세계) 수주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가 15%, 중국이 70%”라며 “(국내 조선 업계가)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노조법이 개정된다면 현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제임스 김 암참 회장도 입장문을 통해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한국의 경영 환경과 투자 매력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입법 중단을 촉구한 국내 8개 주요 경제단체의 공동성명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법안이 현재 형태로 시행될 경우 향후 한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 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한국이 혁신과 경제정책 측면에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무대인데 이러한 시점에 해당 법안이 어떤 시그널을 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총을 이끄는 손경식 회장은 31일 경총회관에서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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