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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금융위의 갈팡질팡 공매도 행보

금융부 이지윤


“현재 시행 중인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입니다.”(11일 기자단 공지) “정부가 공매도 재개를 확정했다거나 금지를 연장하기로 했다는 단정적 보도는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18일 금융위원장 업무 계획 발표)

불과 1주일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시적으로 중단한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며 출입기자단에 두 번이나 전체 문자를 보낸 금융위원회가 입장을 번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금융위 수장이 직접 나서 “저를 포함해 금융위 어느 누구도 속 시원히 말씀드릴 수 없다”는 발언에 호기 있게 밀고 가려고 했던 공매도 재개는 다시 오리무중이 됐다.

금융위가 입장을 번복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공매도를 금지하라는 여권의 압박이 가장 큰 영향을 줬을 터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폐지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자 여권에서 3개월도 남지 않은 보궐선거를 의식해 이들을 대변하고 나섰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주식시장이 과열 상태라는 점에서 공매도를 재개할 명분이 충분한데도 정치권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당국의 오락가락 행보는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운다. 비단 공매도뿐이 아니다. 지난 2019년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금융위는 애매모호한 신탁상품 판매 기준을 내놓았는데 금융권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발표해 은행권의 혼란을 야기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뉴딜 펀드도 마찬가지다. 펀드 판매에서 가장 중요한 일반 투자자의 원금 손실 부담 비율을 두고 금융위를 비롯한 관계 부처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해 역시 시장의 혼란이 컸다.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증시가 안정화됐던 주요 배경 중 하나는 공매도 금지를 비롯한 정확하고 신속한 정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사실 금융 시장이 원하는 것은 정치 금융이 아닌 정책 금융이다. 단정적 보도가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을 우려하기 전에 정책적 판단의 부재를 고민해볼 때가 아닐까.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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