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통상 정부보다 경제전망을 보수적으로 한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정부보다 낮게, 물가상승률은 높게 잡는 게 일반적이다. 성장보다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적어도 명목적으로는 '독립기관'이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가 그랬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5%, 물가상승률 3%라는 '환상(?)'적인 수치를 제시했을 때 한은은 성장률을 4.5%, 물가상승률을 3.9%로 잡았다. 하지만 이런 공식이 하반기에는 깨졌다. 성장률은 정부보다 낮게 잡았지만 물가상승률은 4.0%로 맞췄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범위(3±1%)의 상단에 꿰맞췄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한은은 15일 '2011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9%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수정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한은 물가안정목표 범위 상단과도 같다. 하반기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8%로 0.2%포인트 올린 게 연간 상승률을 높인 이유다. "외식 요금 등이 예상보다 빨리 올랐기 때문(이상우 조사국장)"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수요 측면의 물가압력을 보여주는 근원 인플레이션도 하반기 3.6에서 3.8%로 상향 조정하면서 연간으로는 3.3%에서 3.5%로 높였다. 원유를 포함한 국제원자재 가격 등 공급측면의 물가압력이 둔화되는 대신 수요 측면의 물가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유를 제외한 기타 원자재 가격 상승률을 기존 14.0%에서 18.0%로 높여 잡은 것도 상향 조정의 배경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4.5%에서 4.3%로 낮췄다. 최근 발표된 정부 전망치(4.5%)보다 0.2%포인트 낮다. 상반기 성장률은 4.0%에서 3,8%로, 하반기는 4.9%에서 4.7%로 내렸다. 이 국장은 "유럽지역 국가채무 문제나 미국의 경기둔화 등을 고려해 성장률을 낮췄다"며 "정부 전망치보다 낮은 이유는 세계 경제성장률 예측치에서 한은이 정부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 증가율은 기존 3.5%에서 3.6%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임금이 상승하고 고용사정이 개선된 점을 반영한 것이다. 반면 설비투자 증가율은 6.9%에서 7.5%로, 수출 증가율은 11.2%에서 12.8%로 올렸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종전 전망치인 110억달러보다 늘어난 155억달러로 상향했다. 미국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세가 여전한 점을 감안해 세계교역 신장률을 7.0%에서 8.0%로 높인 데 따른 것이다. 한은의 물가전망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은이 물가안정범위를 의식해 전망치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통계에 근거한 숫자라기보다는 정치적 숫자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광범하게 확산되고 있어 4.0%를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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